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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영화보다 더 강렬했던 영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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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영화보다 더 강렬했던 영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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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배우의 미덕을 설명할 필요가 있을 때 ‘팔색조’라는 수식어를 곧잘 동원하곤 한다. 분명히 어떤 세계에서든 풍경(風磬)처럼 잘 어우러지는 능력은 배우가 가질 수 있는 무기다. 그러나 때로는 그가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돋을새김으로 시선을 빼앗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즐겁다. 장혁에게는 사극이 더 어울린다거나 현대 복식보다 두루마기의 선이 그의 몸이 만들어내는 역동을 더 잘 살려주는 것처럼.

장혁은 KBS <추노>의 대길에 이어 또다시 SBS <뿌리깊은 나무>의 똘복 혹은 채윤으로 사극의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채윤은 무예가 뛰어나고 과거에 대한 상처를 가졌기에 복수를 품고 살았던 대길과 닮았다. 채윤이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액션 신은 절권도로 다져진 장혁의 육체적인 능력이 없었다면 <추노> 때와 마찬가지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혁은 채윤과 대길은 다르다고 말한다. “채윤의 무술은 액션의 화려함을 만들기 위해서 존재하는 건 아니에요. 드라마 자체도 액션 사극은 아니고 수사물에 더 가까워요. 채윤은 노이로제에 걸린 캐릭터라 잠을 못 자요. 대길이는 어제, 오늘, 내일이 별 작용을 안 하는 캐릭터였죠. 그냥 매일이 오늘이었어요. 눈을 떴으니까 사는 거고, 감으니까 세상이 닫히는 거고. 그런데 채윤은 어렸을 때 트라우마가 너무 강해서 잠을 못 잘 정도로 노이로제가 심해요. 어제만 사는 사람이죠. 오늘과 내일이 없고 과거에 매여 있으니까요.”
현재는 <뿌리깊은 나무>의 채윤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장혁이지만 평소 그를 설레게 하는 것은 영화다. 취미는 영화감상, 직업은 영화배우, 꿈은 시나리오 완성하기. 좋아하는 음악마저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인 이 남자. 장혁의 뇌 구조에서는 영화를 뺀 나머지는 아주 작은 부분이거나 점으로 존재할 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영화보다 더 강렬했던 영화 음악들이라니. 대체 얼마나 엄청난 트랙들인지 함께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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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wo hearts’가 수록된 < True Romance > OST
장혁의 첫 번째 추천음악은 영화 <트루 로맨스>의 OST다. 별 볼일 없던 청춘남녀가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몰락한 도시 디트로이트는 황량함 대신 황당함을 입게 된다. 마약조직과 살인 등 영화가 움직이면서 벌여놓는 사건들은 무시무시하지만, 이 순진한 연인들에겐 그저 로맨틱한 장애물일 뿐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사랑의 장애물들을 격파해나가는 이들의 가장 큰 조력자는 음악. “전체적으로 흐르는 음악이 아프리카에서나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예요. 그런데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나오니까 영화에 묘한 분위기와 활기를 만들어줘서 좋았어요.”

2. ‘Quizas, Quizas, Quizas’가 수록된 < Canta Espanol >
“대학 때는 나름 영화학도로서 다양한 영화를 보려고 노력했어요. <화양연화>도 그러던 중에 만난 영화예요. 사실 좋아하게 된 건 좀 더 커서지만요. 영화의 정서가 어린 나이에 느낄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외로움이랄까 뭔가 굉장히 매트 한 느낌이 진한데 그 진함이 시멘트 바닥에서 자란 풀포기 같은 느낌이었어요. 물론 그 정서를 음악이 잘 표현해주기도 하죠.”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다시 오지 않을 사랑이었음을 깨달은 두 남녀의 안타까움은 ‘Quizas, Quizas, Quizas’ 한 곡으로 대변된다.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 화양연화였을 그 짧은 시간을 평생 마음에 품고 살아갈 연인들의 마음이 냇킹콜이 부른다.

3. ‘Gonna Fly now’가 수록된 < Rocky > OST
“<록키>는 워낙 자주 보는 영화라 음악도 자주 듣죠. 1편과 <록키 발보아>를 가장 좋아하는데 사운드트랙도 너무 좋았고 실베스타 스텔론이 배고픈 시절에 각본도 쓰고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점도 좋아요.” 어떤 영화들은 단순한 히트작을 넘어 영생을 얻곤 한다. 그 유명한 주제가 ‘Gonna Fly now’의 첫 소절 ‘따다단따 따다단따’만 들어도 떠오르는 무명의 복서 록키 발보아(실베스터 스탤론). 섀도우 복싱을 하며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을 오르던 그가 내뿜는 새하얀 입김은 언제 보아도 도전과 열정으로 뜨겁다.
4. ‘Maria elena’가 수록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연주곡>
“홍콩영화는 중, 고등학교 때 정말 많이 봤어요. 동네 비디오 가게에 새 비디오가 나오면 무조건 빌려봤죠. <아비정전>은 영화도 너무 좋지만, 음악도 참 좋아요. 인상적인 영화음악을 얘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구요.” 어느 곳에도 정착할 수 없었던 ‘발 없는 새’였던 아비(장국영)가 혼자 춤을 춘다. 그리고 함께 흐르던 음악. 많은 이들이 장국영을 떠올릴 때 배경음악이 되곤 하는 ‘Maria elena’는 광고로, 유행가의 샘플링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러나 많은 여자를 만났지만 언제나 외로웠던 아비의 우수와 함께할 때 가장 아름답다.

5. Ennio Morricone의 < Once Upon A Time In America > OST
영화 음악의 명작들을 말할 때 꼭 빠지지 않는 주옥같은 음악들과 함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역시 엔니오 모리꼬네의 작품이다. 각 인물의 연대기에 가까운 이야기는 그의 웅장한 오케스트라에 의해 한층 더 깊이를 가진다. 삶을 곧 영화로 담아낸 이 수작과 꼭 닮은 선율들은 보는 즐거움과 함께 듣는 황홀함까지 선사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추억에 관한 영화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니퍼 코넬리가 너무나 아름다웠구요. (웃음) 너무 좋아하는 배운데 여기서 참 예뻤어요. 엔니오 모리꼬네가 만든 음악은 말할 필요도 없이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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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분석하고 캐릭터를 해석해나가는 작업에 흥미를 가진 배우답게 장혁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 것에도 매력을 느낀다. 배우와 감독 양쪽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른 배우들처럼 머지않아 그의 손에서 탄생할 영화를 볼 날이 오지 않을까? “배우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잖아요. 의뢰를 받아서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시나리오에 나의 해석을 가지고 연기를 하지만 내가 만든 극본으로 연기한다면 내 감성이 더 자연스럽게 들어갈 것 같아요. 물론 연출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시나리오 작가에 더 끌려요. 연출만 잘한다고 좋은 감독이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얼마나 현장을 잘 이끄는가가 중요하죠. 이를테면 지배하고 통치하는 군주인데 제 성향은 장수는 될 수 있어도 군주는 힘들어요. (웃음) 시나리오 구상은 많이 하고 있어요. 아직 글로 확실하게 옮기진 않았지만, 역사의 변칙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게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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