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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LNG선에 물 채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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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카타르 에너지 협력위서 직접 수출제의
LNG선박 이용 검토···경제성 확보가 문제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카타르 에너지 협력위원회에서 카타르측이 우리측에 다소 황당한 제안을 했다.
한국에서 도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어나르는 LNG선박을 이용해 자국에 우리나라의 물(민물)을 수출할 수 없겠느냐고 한 것이다. 즉, 한국으로 보내는 LNG를 실은 LNG선박이 LNG를 다 내려놓으면 이 배는 빈 채로 다시 카타르로 돌아가게 되는데 저장공간에 물을 채워달라는 것이다.

물을 수출한다니,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우리 정부측 인사들이 다소 황당해 했지만 실제 사업화 가능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만약 사업이 실현된다면 새로운 교역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가능…경제성이 문제= 이론상으로는 LNG선박에 물을 싣는 것은 가능하다. LNG선박은 기체상태인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 이하로 낮춰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인 액체상태의 LNG를 운반한다. 저장공간 내부는 단열재-방벽-단열재로 구성되는 데 여기에 쓰이는 소재는 스테인리스스틸 합금이라 물을 넣어도 녹이 슬 염려가 전혀 없다.
다만, LNG의 비중(어떤 물질의 질량과, 이것과 같은 부피를 가진 표준물질의 질량과의 비율)이 0.41로 물(비중 1)에 비해 60% 가볍다는 게 문제다. LNG선에 LNG 100% 채웠다면 물은 41% 밖에 싣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상 실으면 배가 가라앉는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 크기의 LNG선은 삼성중공업이 준공한 26만6000㎥급이다. ℓ로 환산하면 이 배는 2억6600만ℓ의 LNG를 실을 수 있다. 하지만 물은 총 용량의 41%인 1억906만ℓ 밖에 실을 수 없다. 아랍에미리티(UAE) 인구가 평균 하루에 550ℓ의 물을 사용한다고 하며 카타르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를 적용하면 이 배가 실어 나르는 물은 19만8291명이 하루에 쓸 수 있는 양 밖에 되지 않는다. 카타르 총 인구(83만3285명, 2009년 7월말 기준)의 4분이 1정도만 쓸 수 있는 양이다. 카타르에서 한국까지 LNG선 운항 기간이 15일 정도 걸리고, 연료비와 운항 기간 동안의 물 관리 비용을 더해진다는 점을 놓고 볼 때 경제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들여온 한국산 물은 현지 설비에서 생산한 담수에 비해 비싸게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바닷물로 만든 마시는 물은 아무래도 자연상태의 민물에 비해 맛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 낭비 벌금 370만원= 걸프해와 사우디아라비아 접경지역에 위치한 카타르는 원유와 LNG를 생산하는 중동 부국이지만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과 모래, 자갈로 이뤄졌고 호수와 같이 민물 지대는 거의 없다. 제한된 천연 담수 자원이 대규모의 담수 설비(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설비)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다.

인구증가율은 매년 1%에 약간 못 미치지만 총 인구의 96%가 도하 등 도시에 몰려 있으며, 도시화 속도도 연간 2.2%(2005~2010년간 전망치)에 달하고 있다. 물 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워낙 돈이 많은 나라다 보니 비싼 물을 마구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카타르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물 낭비 벌금'을 도입해 물을 함부로 버리거나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은 채로 자리를 뜰 경우 1000∼1만카타르리얄(한화 37만∼37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집 앞 세차도 금지하고 있으며, 수도관 누수도 벌금 대상이다.

담수화 설비 공사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서 나온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타르 정부로서는 부족한 물 수요를 일부분이나마 채우기 위해 우리 정부측에 물 수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은 이미 물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를 살펴 보면 통계가 잡힌 지난 1977년부터 소액이나마 물을 수출해 왔으며, 지난해 1947만8000달러, 올해 10월 현재 1644만5000달러의 수출고를 올렸다. 주요 수출국은 러시아 연방이 1위이며, 미국, 중국, 일본, 홍콩, 몽골이 뒤를 잇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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