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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2.0]①잇따른 금융사고 논란… “지배구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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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5월 정기검사 통해 지배구조 진단
농협은행·농축협 금융사고
적발되기까지 시간 오래 걸리고 회수율도 낮아

"농협중앙회·금융지주 간 특유의 지배구조 때문"
농업지원사업비 '과다 책정' 문제도 있어

금융감독원이 5월 중순 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한다. 2년 주기로 이뤄지는 만큼, 정상적인 정기검사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등을 언급하며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취약점을 종합 진단한다고도 했다. 잇단 금융사고가 농협금융만의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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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지난 24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 정기검사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정기검사를 2년마다 실시하는데, 농협금융과 은행의 경우 올해 검사 주기가 도래했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그러면서 “최근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관련 검사에서 내부통제 취약점이 노출됐다”며 이를 살피기 위해서라고도 덧붙였다.

지난달 5일 농협은행은 업무상 배임으로 109억4733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농협은행 한 지점의 대출 담당 직원이 2019년 3월25일부터 지난해 11월10일까지 약 4년8개월 동안 담보물의 가치를 부풀려 실제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해 준 것이 자체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후 해당 직원은 부동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했고 이들과 공모해 사문서 위조·행사(허위계약서 작성 등), 담보가액 부풀리기를 통해 거액의 부당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금감원 검사에서 밝혀졌다. 또 다른 농협은행 직원이 국내 금융업무가 익숙지 않은 귀화 외국인의 동의 없이 펀드 2억원을 무단으로 해지하고 횡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직원의 경우 다른 금융사고를 일으켜 내부감사 시 적발된 적도 있었으나, 적절히 관리되지 않아 추가 사고가 일어났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적발까지 평균 3년 3개월…회수율 60%↓, 횡령직원 해직 10%↓

농협은행이나 지역 농·축협 등에서 금융사고가 일어나고 있지만 적발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며 회수율도 낮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지역 농·축협에서 563억원, 농협은행에서 31억원 등 594억원(264건)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횡령 규모 상위 10개 사고를 분석해보니 적발까지 평균 3년3개월이 걸렸다. 회수율은 59%에 불과해 244억원이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 자체 징계도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횡령 직원이 ‘해직’된 건은 전체 징계의 10% 이하였으며 ‘견책’ 및 ‘개선 요구’로 마무리된 건은 5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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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 인사교류 결정…내부통제 취약

잇단 금융사고 발생 이유에 대해 금감원은 농협금융 특유의 지배구조를 지목했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농협중앙회·농협경제지주·농협금융지주 간 인사교류가 가능한 점이 내부통제 체계를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보도참고자료에서 “농협중앙회 출신 (농협은행) 직원이 시군지부장으로서 관할 은행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해 내부통제 통할 체계가 취약해질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군지부장은 농협은행 직원인데 관할 은행지점뿐 아니라 일부 농협 경제사업도 포괄해서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좀 이상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 정관을 보면 중앙회 전무이사를 의장으로 하는 인사교류심의회에서 농협중앙회·농협경제지주·농협금융지주 등 사업부문 간 인사교류 사항을 정한다. 인사교류 수요를 조사하고 기본방침을 정한다. 즉, 농협중앙회에서 인사교류 사항을 전반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앙회에서 금융전문성이 없는 경제사업 담당 직원이 농협은행이나 농협생명보험 등 농협금융 계열사에서 단기 경력을 쌓을 수 있다. 금융전문성을 키울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형식적으로 1~2년만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중앙회·농협금융 간 인사교류에 대해 “인사교류 금지까진 아니더라도 인사교류 원칙을 제대로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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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지원사업비 ‘과다 책정’…자본적정성 미달

이 같은 지배구조로 논란을 빚고 있는 문제는 농업지원사업비 ‘과다 책정’이 있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업인 지원을 명목으로 농협중앙회가 거둬가는 분담금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로부터 배당금 3조8566억원,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4조7587억원을 합해 총 8조6153억원을 받았다. 같은 기간 농협금융지주의 누적 당기순이익(17조8349억원)의 48.3%를 차지했다. 2020년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줄었지만 배당금은 확대되기도 했다. 과다 지출로 자본적정성도 당국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농협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88%로, 당국이 권고하는 13%에 미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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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농협금융이 농지비와 배당금 산정에 실질적 권한이 없다. 농지비 부과율은 농협중앙회 총회에서 결정 후 농협금융에 통보한다. 배당금은 농협금융지주 이사회가 결정한다고 돼 있지만, 주주총회에서 단일 주주인 농협중앙회 승인이 필요하다.


목적에 맞지 않는 사용도 문제가 되고 있다. 홍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농지비 4조3224억원 중 46%가 인건비, 경비 등 사업관리비로 사용됐다. 농업협동조합법상 농지비는 교육사업과 유통지원사업 목적으로 사용하고 사업관리비는 최소한으로 지출하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사업관리비가 절반 가까이 되는 셈이다.


감독당국은 농지비 산정 방식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타 은행 지주사도 비슷한 명목으로 받고 있지만, (농지비의 경우) 문제가 되는 건 산정 방식”이라고 말했다.

편집자주대한민국 농업인의 발전을 위해 탄생한 농협이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가 된 지 12년이 흘렀다. 분리된 신용사업은 농협금융지주로 탈바꿈해 세계적인 금융그룹을 목표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특유의 지배구조가 금융사고, 농업지원사업비, 인사제도, 농·축협 상호금융 경쟁력 약화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농협금융지주와 상호금융 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되짚어보고 농협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본다. 농협의 신경분리가 농협금융 발전의 1.0버전이라면, 앞으로 농협금융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2.0버전의 청사진을 만들고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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