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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 고시원·안전약자…대형 참사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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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폭 좁고 방도 다닥다닥…전형적인 ‘쪽방형 고시원’
사상자 대부분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 사실상 ‘안전약자’
서울 노후 고시원 약 1300개

9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에서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이날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김현민 기자

9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에서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이날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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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인근 고시원에서 불이나 7명이 사망하는 등 2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화재 피해가 컸던 이유는 낡은 고시원 구조와 화재 대비가 취약한 안전 사각지대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노후 고시원과 비슷한 고시원은 서울에만 1,000여 개가 넘어 대처가 시급하다.
이날 불이난 건물은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로, 1층은 일반음식점, 2~3층은 고시원으로 사용됐다.

문제는 고시원의 구조다. 해당 고시원의 방 평수는 1.5평(4.95제곱미터) ~ 3평(9.9제곱미터)으로 알려졌다. 보통 성인 한 사람이 겨우 누워서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이다.

복도의 폭은 약 1m 정도로, 성인 2명이 함께 지나가기 버거울 정도로 좁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명이 복도에서 마주치면 1명은 몸을 틀어 벽에 붙어 지나가야 한다.
이른바 전형적인 ‘쪽방형 고시원’이다. 쪽방형 고시원은 복도 폭이 좁고 방도 다닥다닥 붙어있어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해당 고시원은 2~3층 구조로 방은 2층에 24개실, 3층에 29개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다. 2층에는 24명이, 3층에는 26명이 총 50명이 1평에서 3평 정도의 규모에서 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로 7명이 숨졌다. 이들 대부분은 보증금 없이 30만원 안팎의 월세를 내며 사는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제56회 '소방의 날'이다. '119'를 상징해 기념일도 11월 9일로 정했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화재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로 제정한 기념일도 이들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 불이 난 고시원 출입구 앞에 신발이 나뒹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로 7명이 숨졌다. 이들 대부분은 보증금 없이 30만원 안팎의 월세를 내며 사는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제56회 '소방의 날'이다. '119'를 상징해 기념일도 11월 9일로 정했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화재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로 제정한 기념일도 이들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 불이 난 고시원 출입구 앞에 신발이 나뒹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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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쪽방형 고시원은 보통 노후 고시원으로 소방 안전 관련 법에서 제외 대상이다.

해당 고시원은 1983년 사용 승인된 노후 고시원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이렇다 보니 올해 정부 차원의 국가안전대진단 때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가운데 지난 2008년 10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시원 화재사고 이후 2009년 7월 건축법이 개정돼 복도 폭을 1.5m 이상으로 하고 스프링클러 등 소방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했지만, 2009년 7월 이전에 지어진 고시원에 대해선 개정 법률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황이 이렇다 보니 소방안전시설 설치 대상도 아닌 ‘쪽방형 고시원’에서 화재가 한번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화재가 발생한 시점이 새벽 5시께고 또 사상자들 대부분이 고령인 동시에 생계형 일용직 근로로 깊은 잠에 들어있다보니 화재 대응에 늦어 더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발표한 ‘재난약자 방재대책 실태조사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약자’로 분류되는 경우는 재난 발생시 신체적 능력이 약한 노인, 어린이, 장애인, 언어능력이 낮은 외국인도 포함된다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국일고시원서 경찰 및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사진은 인명 피해가 컸던 3층 고시원 창밖이 그을린 모습.사진=연합뉴스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국일고시원서 경찰 및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사진은 인명 피해가 컸던 3층 고시원 창밖이 그을린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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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관계자는 “소방당국이 도착했을 당시 이미 불길이 밖에서 보일 정도로 거셌다”며 “심야 시간대이고 출입구가 봉쇄돼 대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물이 노후화됐고 스프링클러가 없었다”며 “비상 탈출구 개념의 완강기가 있었지만, 거주자들이 당황해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고시원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초기 화재 진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망자 대부분은 불길이 커지며 발생한 연기에 질식해 의식을 잃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소방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 다중이용업소 화재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다중이용업소 화재 3035건 가운데 252건(8.3%)이 고시원에서 발생했다. 이 가운데 소방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쪽방형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2009년 7월 이전에 지어진 서울의 노후 고시원은 약 1300개로 알려졌다. 이중 서울시가 2012년부터 221개의 고시원에 스프링클러 설치 사업을 지원했지만, 1080개는 여전히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10일 합동감식을 진행한다. 윤민규 종로소방서 지휘팀장은 “화재 원인과 발화지점이 어디인지 등을 조사해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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