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구 인근에 불길, 대피 어려움
스프링클러 설치 안된 노후 건물
과거 고시원 화재참사 답습
대다수 노인 등 거주
‘규모’에 따른 고시원 관리 한계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유병돈 기자, 이승진 기자] 또 고시원 화재다. 터지기만 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고시원에서 발생한 불로 최소 6명이 숨지는 등 20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해당 건물은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로 1층은 일반음식점, 2~3층은 고시원으로 이뤄졌다. 고시원 2층에는 24명, 3층에는 26명이 거주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했다. 이 가운데 인명피해는 모두 불이 최초 발화한 3층에서 발생됐다. 고시원 사장 고모씨는 “처음에는 불길이 301호 쪽에 조금 났다가 옆으로 붙으면서 확 번졌다”며 “주방 쪽도 아니고 난로도 없다”고 말했다.
3층의 인명피해가 커진 데에는 출입구 인근의 호실에서 불이 나 대피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권혁민 종로소방서장은 브리핑에서 “결과적으로 안에 있던 사람들의 대피로가 막히게 됐고, 대피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거주취약자들이 주로 살고 있는 고시원은 그간 화재가 발생할 시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2004년 경기도 수원의 한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4명이 숨졌고, 2006년에는 서울 잠실 고시원 화재로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하 노래방에서 발생한 불길이 위층으로 번지며 일어난 비극이었다. 2008년에는 경기도 용인의 고시원에서 불이 나 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잇따른 사고에 정부와 소방당국, 지방자치단체 등은 스프링클러·비상경보기 설치 등을 지원하고 고시원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매년 고시원에 대한 소방특별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화재배상책임보험 가입을 독려해 올해 기준 전국 1만8000여개의 고시원의 보험 가입률은 99.95%까지 늘었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에 불이 난 고시원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고시원 내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된 2009년 7월 이전에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총 객실 수 또한 53실에 그쳐 소방당국의 중점관리 대상도 아니었다. 현재 기준으로 고시원이 중점관리 대상이 되려면 100실이 넘거나 지하에 위치해야만 한다.
고시원 내에 자동비상경보기와 완강기가 설치돼 있음에도 피해가 커진 것은 거주자 대다수가 50~70대 중장년층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장비 사용에 익숙지 않다거나 거동이 불편한 경우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고시원 거주자 정모(40)씨는 “(거주자는) 거의 노인이고 학생은 몇 명 안됐다”고 전했다. 단순히 고시원 규모만으로 관리 대상 등을 선정해 왔던 한계가 이번 피해로 확인된 셈이다.
한편 경찰과 소방은 자세한 화재원인과 함께 고시원에 설치된 비상벨 등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가 진압되고 수색이 종료됨과 동시에 감식팀이 건물 내에 진입해 정밀 감식을 진행 중”이라며 “정확한 화재원인이 규명되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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