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시대, 회계업계는 어떻게 변할까

나국현 삼일회계법인 이사가 8일 세미나에서 4차산업혁명과 회계감사의 변화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사람의 수작업 없이 기업들의 매출전표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로 입력돼 담당 회계사에게 전송된다. 회계사는 이렇게 모은 수 많은 기업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한 번에 보고 문제의 기업을 짚어냄과 동시에 어떤 항목 데이터를 심도 있게 분석해야 하는지 컴퓨터의 조언을 받는다. 실시간 체크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감사 자료를 제출할때 까지 애태우며 기다릴 필요가 없다.

4차산업의 핵심 분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로 펼쳐질 수 있는 회계업계의 미래 모습이다. 나국현 삼일회계법인 이사는 8일 '4차 산업혁명과 회계감사'를 주제로 여의도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회계업계의 변화는 불가피 하다고 밝혔다.

나 이사는 "AI 기술 발달로 회계업계에 '데이터 감사(Data Audit)'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며 "AI가 데이터를 분석, 시각화 하는 도구(Tool)의 기능과 이를 토대로 판단, 조언을 해주는 기능을 동시에 하면서 회계사가 기업을 전수감사, 실시간 감사, 자동화 감사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회계사가 감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ㆍ조사ㆍ확인하는 작업이 생략되는 대신 미리 분석된 데이터의 감사를 통해 기업의 회계 약점이 어디에 있고 어떠한 조치를 해야하는지 진단을 내리는데 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는 말이다.

나 이사는 "실시간으로 기업 데이터가 수집돼 분석될 경우, 회계사는 업종별 고위험 영역 파악이 용이하고 모든 예외사항에 대한 확인도 가능해진다"며 "전수감사, 실시간감사, 자동화 감사가 가능해진다는 것은 감사품질이 향상되고 감사 적시성 및 효율성이 향상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감사품질 향상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이를 위한 데이터 감사의 확대 및 자동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제도적, 법적 기반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나 이사는 "XBRL(확장성재무보고언어)을 통한 데이터 표준화, 데이터 감사 기준점 마련, 전수 감사에 대한 기업들의 이해도 증진 등 데이터 감사 정착을 위한 제도적, 법적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당장 데이터 감사 확대 및 자동화 도입이 어려운 이유"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 등 회계 선진국에서는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대비해 일찌감치 상장사의 XBRL 의무화를 추진해 적용을 앞두고 있는 등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시대가 오면 회계사의 입지가 오히려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4차산업 혁명 시대에 회계사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기 쉬운 상위 직업군으로 꼽히고 있지만, 아무리 데이터 감사 도구가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회계사의 입지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회계장부를 만드는 일은 로봇이 대체할 수 있지만, 수집된 데이타를 감사하고 조언(컨설팅) 하는 역할은 할 수 없다"며 "오히려 이런 분야에서 회계사의 역량 강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