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자신의 발언을 시장에서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최근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ECB는 지난 7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refinancing rate)를 0.25%포인트 인하해 0.25%로 낮췄다. 반면 통상 기준금리를 낮출 때 같은 폭만큼 인하했던 하루짜리 예금금리(overnight deposit rate)를 제로로 동결했다. 당시 기준금리 인하 후 시장에서는 ECB가 조만간 제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당시 드라기 총재도 예금금리를 제로 이하로 낮추는 것이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며 ECB는 기술적으로 준비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유로존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논란은 확산됐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급락하면서 디플레에 대한 논란이 커졌고 이 때문에 ECB 추가 부양에 대한 논란도 커졌다. 마이너스 금리가 계속 회자되는 이유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과감한 정책이고 그 부작용도 감안을 해야 한다.
드라기도 독일 금융포럼에서 "ECB의 기준금리 인하가 상당한 우려를 낳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장기간의 저금리는 금융 안정에 리스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낸 것이다.
ECB는 그동안 기준금리를 내릴 때 통상 오버나이트 예금금리도 같은 폭만큼 내렸다. 관례대로라면 이미 지난 7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채택돼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ECB는 예금금리를 0%로 동결했다. 이는 그만큼 ECB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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