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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억 날렸지만 마음은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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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당 선생의 실전 행복학' 강의하는 김태규 고문 인터뷰(2)

이 글은 ‘호호당 선생’으로 잘 알려진 명리학자 김태규 새빛 인베스트먼트 고문(55)이 지난 30일 아시아경제와 가진 인터뷰를 정리한 것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이유는?"라는 제목으로 지난 4일 표출된 기사의 후속편입니다.



공자는 나이 마흔을 ‘불혹(不惑)’이라 했다.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나이’라는 뜻이다.
호호당(好好堂)은 그러나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는 시기라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40이면 직장에서는 과·차장쯤으로 중견 간부 아닌가?
실리콘밸리나 테헤란로에 가면 그 나이에 벤처기업의 사장을 하는 이도 있고, 월 스트리트나 여의도에는 마흔이 안 된 펀드매니저가 몇 천억 원을 쥐고 흔든다는데 ‘물가의 아이’라니? 마흔을 너무 폄하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의 말이 이어졌다.
“공자님 시절에는 평균 수명이 60이 채 안됐을 거예요. 결혼도 일찍 해 애들이 다 장성해서 손자 볼 나이지요. 그러니 옛날에는 마흔쯤 되면 별로 할 일이 없었을 겁니다.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흔들림이 별로 없었던 거죠. 그러나 지금은 달라요. 평균 수명 70을 넘겼으니 그 때 마흔이면 지금은 한 예순쯤 될까요. 지금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가 생각하는 요즘 나이 마흔은 ‘추풍령 고개’다.
경부선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서울-부산의 딱 중간 거리에서 나타나는 그 고개 말이다.

“요즘 마흔은 추풍령 고개입니다. 잘만하면 인생을 한 번 뒤집을 수 있는 때지요. 물론 잘못하면 그동안 쌓아온 걸 다 까먹고 알거지가 될 수도 있고요. 서울역 앞에 가면 마흔 살짜리 노숙자들이 수두룩 합니다. 그러니 불혹이 아니라 미혹인 거지요. 미혹 중의 미혹이 마흔입니다.”

호호당은 1955년생, 그러니까 우리 나이로 쉰다섯.
고려대 법대를 나왔으니 법조계로 풀렸어도 될 텐데, 그는 지금 명리학자 겸 강연자로 유유자적 살고 있다.

27년째 주식과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있으니 전업투자자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아니, 이러한 세속의 직업 규정에 그는 반대할 것이다)

한두 번 만남으로 그의 직업을 규정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왜냐하면 그 스스로 자신의 직업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주 소득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진지한 표정으로 직업과 소득원을 물어본들 쉽게 답해주지도 않을 듯 했다. 질문이 그 언저리에 도달하면 그는 인생과 운명, 땅과 자연 등 지나치게 매크로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 버리는 것이었다)

간단히 파악한 그의 이력은 다음과 같다.

대학 졸업후 조흥은행에 들어가 전산파트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동화은행에도 잠시 몸담았다.
중국으로 건너가 몇 년을 살았다. 중국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금융 시스템을 깔던 시절, 그는 중국 한 은행의 전산시스템을 컨설팅하는 업무를 맡았다.

중국어는 평소 자신이 있었고 전산시스템은 늘 하던 업무라 일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중국계 은행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무렵, 그는 베팅을 한다.

함께 일하던 중국의 은행이 규모가 큰 외부 용역 사업을 하나 발주했는데, 수주에 뛰어든 것이다. 그러나 단독으로 사업을 따내려다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미국 유수의 업체가 함께 일하자고 하는 것을 뿌리치고 '혼자 다 먹겠다'고 단독응찰했다가 탈락한 것이다. 미국의 그 업체가 일거리를 딴 것은 당연한 결론이고.

서울로 다시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명리학을 공부하는 한편 투자를 시작했다.

국내에 파생상품 거래가 처음 도입된 1996년 이후 1998년까지, 즉 IMF(국제통화기금)체제로 불리는 1997년 외환위기 전후에 몇 백억원까지 재산을 불렸다.

그가 명리학자가 된 것은 대로(大路) 보다는 오솔길을 좋아하는, 소위 유가(儒家) 쪽보다는 도가(道家)나 불가(佛家)쪽에 끌리는 천성의 결과로 보였다.

타고난 머리와 지적 호기심도 한 몫 했을 터이다.(그의 사이트 http://www.hohodang.com/ 에 가보니 그는 요즘 수묵화로 외연을 넓혀 그 속에 푹 빠져있는 듯 했다)

어쨌든 그가 지금까지 사주(四柱)를 봐준 사람이 족히 4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고객에 대해서는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이라며 일체 언급하지 않았지만, 투자와 관련된 인텔리 계층이 주 고객이 아니었을까하는 느낌이 전해졌다. (그러고 보니 투자와 함께 한 때는 틈틈이 복채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인생역정을 듣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하다 보니 인생을 보는 안목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웬만한 사람은 그냥 보면 어떤 고민을 하는지 파악이 됩니다.”

이 대목에서 호호당은 노트북 앞에 앉아 그의 말을 열심히 받아치고 있던 기자에게 “나이가 몇이냐?”고 물었다.

“서른셋”이라고 대답하자 대뜸 “지금 딴 생각 많이 하고 있지? 기자 그만두고 유학을 간다든가 로 스쿨에 가서 공부를 더 하든가 등등”하면서 푹 찌르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그의 인생에 대한 강론은 40대에서 30대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예전에는 20대에 인생이 거의 결정됐지요. 예를 들면 어떤 대학에 가느냐, 어떤 직장을 잡느냐,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 등등.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대학을 나와도 할 일이 없잖아요. 청년백수가 난무하고 결혼도 늦어지고.”

결국 오늘날에는 30~40대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30~40대에 어떤 삶을 사느냐가 결판난다는 것이다.

“30대, 늦어도 40대면 이미 인생의 방향이 정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30~40대에도 새로운 삶의 돌파구를 찾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를 두고 그는 ‘변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렇다고 어느 날 갑자기 변신할 수 있는 건 물론 아니다. "변신은 잠재적으로 계속 준비해온 이들에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 문제는 어떻게 준비하느냐 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아무리 인터뷰지만 그냥 ‘맨입’에 말하기는 좀 그래서인지, 아니면 ‘인생의 변신’은 개개인의 성향과 처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일반화해서 말하기가 쉽지 않아서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후자가 아닌가 싶었다)

30~40대 직장인이 빠지기 쉬운 또 하나의 고민은 남들에게 뒤쳐진 게 아닌가 하는 현실에 대한 불안인데, 그의 해법은 단순 명쾌했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잘 나간다면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사람들을 따라잡을 기회가 찾아옵니다”

이어서 “기회는 반드시 오니까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준비가 없기에 기회가 언제 오는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내심 ‘어디서 많이 듣던, 너무 뻔해서 이제 지겹기까지 한 이 말을 또 듣게 되는구나’ 생각하는데, 호호당의 뒤통수를 때리는 아주 실용적인 충고가 이어졌다.

“서른셋이면 30대 중반인데, 그 나이에 다른 길로 가면 망합니다. 변신은 언제나 가능한 게 아닙니다.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현실에서 부닥치는 어려움을 많이 참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성질 나쁜 상사도 참아야 하고, 나이 어린 상사도 참아야 합니다”

호호당에 따르면 기회를 기다리면서 뭔가 다른 것을 준비하는 것 보다는 지금의 자리에서 참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30~40대에는 다른 길을 찾아서 변신을 모색하지 말고, 현 위치를 잘 참아가면서 역전을 도모하는 게 순리에 맞다는 말로 들렸다.

호호당이 말하는 ‘변신’과 ‘기회’, ‘인생역전’, ‘인내의 미학’ 등은 사실 ‘동어반복’처럼 그게 그 거처럼 들려서 한 걸음에 내쳐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 구체적으로 콕 찍어주는 처방이 아니라 두루뭉수리 하고 에둘러 말하는 마치 도가의 언사와 흡사해서 가슴에 확 와 닿지가 않았다.
맞는 말 같으면서도 어찌하라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경험담을 듣다보니 뭔가 어렴풋하게나마 손에 잡히는 게 있었다.

호호당은 한 때 선물 투자를 통해 30억원을 230억원까지 늘렸다고 한다.

그 때 그의 나이는 마흔 둘. 세상이 우습게 보이고 돈을 벌자고 주식시장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하찮고 어리석은 부나방로 보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기고만장했던 거지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 뒤로 호호당이 알거지가 되는데는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제 자리를 지키면서 안 망하고 살아남는 게 최고의 고수입니다. 그걸 깨닫게 되면 인생이 쉬워집니다. 기회도 보이게 되지요”

그는 '인생이란 덧없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돈이라는 건 한 때 벌었다가 때가 되면 빠져나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3대 가는 부자 없다’는 말도 했다. 하늘로부터 받는 재능이 3대째 이어지는 경우는 결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부를 후손에게 물려주려면 덕을 많이 쌓고 베풀어야 한다고 했다.

돈을 버는 노하우는 재능과 관련이 있는데 3대를 기약할 수 없으니, 계속 돈을 벌려고 욕심내지 말고 그 대신 돈을 지키는 노하우, 즉 덕을 쌓고 베푸는 ‘부를 지키는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었다.

호호당은 이 밖에도 우리나라의 국운(엄격히 말하면 경제적 운)은 이제 15년간의 기나긴 겨울로 접어드는 만큼 ‘마이너스 게임’(또는 디플레 게임)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도 했고, 정치란 ‘여섯 필의 팔팔한 말이 끄는 마차를 썩은 새끼줄로 모는 것'이란 말도 했다.

※ ‘춥고 긴 15년의 겨울’과 이를 견뎌내는 ‘마이너스 게임’은 설명하려면 많은 지면이 필요하니 생략하기로 한다. 대신 무슨 동화 속에나 나옴직한 괴기스러운 마차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팔팔한 말 여섯 마리가 끄는 마차니까 오죽 잘 갈까, 싶지만 내가 잡고 있는 채찍은 썩은 줄이어서 당기면 곧 끊어지고 만다. 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살살 당기면서 말을 통제하는 걸 상상해보시라. 정치는 그만큼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인데, 그럼 우리 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마차를 끌고 가는 팔팔한 말 쪽에 속하는 것일까? 아니면 썩은 새끼줄일까?

참고로 그는 최근 아시아경제지식센터에서 ‘호호당의 실전 행복학’이란 강좌를 열었다.

인터뷰 = 박종인 온라인뉴스본부장 ain@
정리 =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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