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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정여울의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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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미술관이나 화집에서, 문학 작품이나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뿐인데 보자마자 마음에 스미어 늘 곁에 두고 싶은 그림들. 이유도 없이 웃음이 번지고 마음에 꽃이 피는 것 같은 그런 그림들을 우리는 ‘인생 그림’이라 부른다. 그 그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초라하고 위축됐던 어제의 마음도 다시 찬란하게 빛날 수 있을 것만 같다. 문학비평가이자 인문학자, 에세이스트로서 문학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탐구해 온 정여울 작가가 바로 그 인생 그림 50편을 담은 미술 에세이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을 냈다. 아름다운 그림과 저자의 내밀한 삶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 사적인 컬렉션을 함께 거닐다 보면, 독자들도 저마다 ‘오직 나를 위한 갤러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글자 수 982자.
[하루천자]정여울의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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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예술작품은 우리 마음속에 ‘자기만의 독립적인 방’을 만들어준다. 내 마음속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방은 물론 클로드 모네의 방, 파블로 피카소의 방, 조지아 오키프의 방, 마크 로스코의 방 등 수많은 아름다움의 비밀 처소들이 있다. 나의 치유 공간은 단지 지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뿐 아니라 지도에도 없는 곳, 주소조차 없는 곳, 그러나 우리 마음속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첫사랑의 설렘이 시작되던 장소나 처음으로 그 사람과 손을 잡은 장소를 잊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고흐의 방, 모네의 방, 클림트의 방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내 마음속에서 예술이라는 눈부신 별자리가 그려지기 시작하는 장소이기에.


나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때마다, 이 세상이 내가 꿈꾸던 것만큼 따스하고 친절하지 않음을 깨달을 때마다, 나는 고흐를 생각하며 힘겨운 시간들을 버텼다. 바깥세상이 엄청나게 시끄럽고 고통과 충격으로 가득할 때조차도, ‘내 마음의 치유 공간’에는 고흐의 별이 빛나고 있어 비로소 내 지친 마음이 쉴 수 있기에. 한낮에도 눈을 감으면 군청색의 밤하늘과 레몬색의 별빛이 반짝이는 고흐의 별밤이 마치 3D영화처럼 내 마음속에서 입체적으로 떠오른다. 한낮에도 나는 언제든 내 마음속 고흐의 볓빛으로 잠겨들 수가 있다.

우리는 그렇게 자신의 마음속에 치유 공간을 지을 수 있다. 사랑하는 존재의 흔적이라는 씨앗을 우리 마음의 토양 속에 영원히 심음으로써. 고흐의 별빛이라는 씨앗, 모네의 수련이라는 씨앗, 클림트의 키스라는 씨앗이 내 마음속에 둥지를 튼 한, 나는 결코 어디서든 외롭지 않을 것이다. 예술의 감동이 내 마음에 뿌린 감동의 소나기가 언제든 내 마음을 촉촉이 적셔줄 것이므로. 당신에게도 내 마음속에 집을 짓기 시작한 그 수많은 ‘아름다움의 방들’, ‘치유 공간의 씨앗들’을 고스란히 선물해주고 싶다. 사랑과 희망이 있는 장소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는 한, 우리는 끝내 이 슬픔과 우울의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을 테니.


-정여울,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웅진지식하우스,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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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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