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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오얏나무 아래에서 갓 고쳐 쓴 김익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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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8월9일 임원회의에서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을 인용하며 "조금이라도 이해상충 소지가 있거나 직무 관련 정보 이용에서 의심받을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를 단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시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 회장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올 들어 현재까지 '이하부정관'의 주인공은 단연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면서 구설에 오른 김익래 전 회장은 지난 4일 대국민 사과에서 회장직과 키움증권 등기이사직 사임, 주식 매도 대금 605억원 전액 사회환원 등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작전 세력과 공모한 게 아니라면 '왜 이리 저자세일까'라는 의혹이 커졌다. 김 전 회장은 사퇴 배경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따른 책임감이라고 표현했다. 이제는 수사의 영역이다. 그가 실패한 작전 세력의 '공범'인지 아닌지는 밝혀질 일이다. 그러나 법의 잣대에서 공범이 아니라는 면죄부를 받더라도, 의심의 눈초리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매도 시점이 절묘하다는 사실은 결국 김 전 회장이 무엇인가 정보를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전 회장은 하한가 등의 주가 폭락 사태 직전의 지분 매도에 대해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라며 사전 인지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김 전 회장이 주가가 '이상 급등'하는 것과 차액결제거래(CFD)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걸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지난해부터 일부 증권사 연구원들이 가치주도 아닌 몇개 종목 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을 두고 이상징후가 보인다는 경고음도 울렸다. 하한가 사태를 이끈 CFD 반대매매 물량은 대부분 '투자자-키움증권-SG증권' 3단계 구조 계약에 해당한다. 3월 말 기준 키움증권의 CFD 거래잔액은 5576억원으로 업계 2위 규모다. 절묘한 매각 시점과 키움증권-SG증권의 연결고리는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가 라덕연 호안 대표 중심의 시세조종 세력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을 의혹도 있다. 인지했음에도 묵인했다면 공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인지하지 못했다고 가정해도 그가 가진 직책 덕분에 언론 취재나 금융당국 조사 등의 정보를 먼저 입수한 후 주가가 폭락할 것을 우려해 매도에 나섰을 수도 있다. 또 일반 투자자는 알 수 없었던 종목별 차액결제거래 현황을 알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을 떠나 대주주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김 전 회장은 거액의 지분 처분 사유로 증여세 핑계를 댔지만, 증여세 납부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채 250억원이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약 350억원에 이르는 자금은 개인적으로 필요해서 처분했다는 의미인데, 무슨 변명을 해도 여전히 대주주의 책임이 남는다. 지난달 28일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매각 시점은) 우연이고 공교로운 일"이라며, 자신의 직을 걸겠다고 했다. 각종 부정거래로 얼룩진 자본시장의 희망을 위해서라도 그의 직이 지켜지길 바란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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