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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붉고 열나 안쓰러운 '엄마 얼굴'…첫 치료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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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FDA, 폐경기 여성 안면홍조증 치료제 승인
사상 첫 비호르몬 치료제, 60% 증상 줄여

미국에서 폐경기 여성들이 흔히 겪는 안면홍조증(hot flushes)에 대한 사상 첫 비호르몬 치료제가 공식 승인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기간에 임상실험이 진행됐음에도 지원자가 넘치는 등 여성들의 기대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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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식품의약청(FDA)는 지난 12일 일본 도쿄 소재 아스텔라스 제약이 신청한 안면 홍조증 치료제 페졸리네탄트(fezolinetantㆍ상품명 베오자)를 승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폐경기 여성들은 여성 호르몬의 감소와 생리 중단 등과 함께 두통, 안면 홍조, 우울감, 집중력 상실, 불안 등 여러가지 증상을 호소한다. 특히 안면 홍조증은 80% 이상이 겪을 정도로 가장 흔한 증상이다. 심할 경우 상반신 전체에서 열이 나는 것처럼 느낀다. 얼굴이 붉어지는 홍조증과 열감에 시달리며 땀을 흘린다. 일부는 현기증을 느끼고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낮 시간에는 업무나 운동, 성적ㆍ사회적 관계에 지장을 줄 수 있고, 밤에는 수면에 장애를 일으킨다. 오래 지속되면 여성의 건강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에선 흑인 여성들이 백인 여성들에 비해 좀 더 빈도수와 강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적 있다. 그동안 에스트로겐이나 기타 여성호르몬의 생산량 감소 속도를 늦춰주는 호르몬 대체 요법들이 사용됐지만 유방암ㆍ뇌졸중ㆍ편두통 등의 환자들은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치료제 개발은 1990년대 미국 애리조나대의 연구팀이 폐경 여성들의 뇌세포 일부가 폐경기 이전 여성들에 비해 두 배 이상 부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여기에 KNDy 뉴런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동물 실험을 통해 이 뇌세포가 뉴로키닌B라는 물질을 접하지 못하도록 수용체를 차단하면 안면 홍조증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임상 연구 결과 인간의 뇌에서도 같은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된 페졸리네탄트는 뉴로키닌B에 반응해 신체에 열이 나도록 매개하는 뉴로키닌-3 수용체 단백질을 차단하는 약물이다. 임상 결과 매주 중간 내지 심한 강도의 안면 홍조를 겪는 여성들에게 투여한 결과 증상 발현 빈도를 약 60%까지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었다. 위약을 복용한 대조군의 45% 감소보다 확실히 효과가 입증됐다. 또 페졸리네탄트를 투여받은 여성들은 증세의 강도가 약해지고 수면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나타냈다. 다만 아예 증세를 없애지는 못했다.


일부에선 이번 연구 결과에서 확인된 체온 조절 기전에 대한 추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스테파니 코레아 캘리포니아대 신경내분비학 교수는 "체온은 복잡하게 연결된 뇌의 회로에 의해 조절되는데, 페졸리네탄트는 이같은 연결 관계 중 하나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추가적인 치료제들을 발굴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러나 "그동안 주로 수컷을 상대로만 (체온 조절과 관련된) 뇌 회로의 연결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기 때문에 많은 해결 과제가 남아 있는 상태"라며 "(동물 대상 연구 결과를) 인간, 특히 여성에게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선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이같은 사상 첫 폐경기 증후군에 대한 비호르몬 치료제의 등장에 여성들의 기대는 굉장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이 한창일 때 임상 실험이 진행돼 지원자 모집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몰려 걱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치료제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높다는 것이다. 마르시 잉글리시 아스텔라스 제약 바이오부문 부회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고 의료시설 방문을 기피하던 시기여서 다른 연구들처럼 참가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었다"면서 "임상실험 연구자들로부터 '모든 여성들이 이번 이번 연구에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말을 전해 들어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적으로 폐경기 증후군을 겪고 있는 여성들의 숫자는 수년 내 1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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