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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게이트]불법·합법 자문사 줄타기로 투자자 끌어들여…손해배상 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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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 투자자문·유사투자자문·미등록 업체 폐업·등록 반복
시세조종 혐의 인정되면 손해배상 받을 여지 커지지만
투자한 업체 유형에 따라 희비 엇갈릴 수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호안 대표는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창구로 '투자자문사'도 활용했다. 라 대표는 유사투자자문사뿐 아니라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투자자문 업체 명함도 갖고 있었다. 라 대표는 느슨한 투자자문 업체 등록제도를 교묘히 이용하면서 유사투자자문업·투자자문업의 등록→폐업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이런 까닭에 미등록 투자자문 업체를 통한 투자일임과 투자자문에 해당하는 불법 영업도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자 모집의 핵심 창구가 어디인지는 수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그에 따라 투자자들의 손배배상 여부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라덕연게이트]불법·합법 자문사 줄타기로 투자자 끌어들여…손해배상 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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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투자자문 자진 폐업 후 투자자문사 세워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 대표는 머니사이언스인베스트(유사투자자문)·에버레스트파트너스(미등록)·호안(미등록)·알앤케이투자자문(투자자문) 등 여러 업체를 설립·등록·폐업하고 하는 과정에서 투자일임·투자자문 등의 행위를 일삼았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조언을 할 수 있는 유사투자자문사는 금융감독원 신고만으로 설립할 수 있다. 신고제 특성상 진입 요건이 사실상 없다. 투자자문업은 투자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등록·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법상 주식회사 ▲2억5000만원의 법정 최소 자기자본 요건 충족 ▲대주주 요건 충족 ▲상근임직원인 투자권유자문인력 1인 이상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 금융위는 이를 바탕으로 심사 절차에 들어가며, 등록 사실 공고 또는 등록 거부를 통보한다.


라 대표는 2014년 7월 금감원에 머니사이언스인베스트라는 상호로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를 했다. 이후 라 대표는 '호안스탁'이라는 명칭을 내세운 홈페이지를 열고 주식과 선물·옵션 투자 방송을 유료로 제공했다. 2017년 2월에는 호안스탁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고 투자 강의 영상도 올렸다. 주식·선물 전문가 등으로 알려진 그는 2015년부터 여러 차례 오프라인 투자 세미나를 열었다. 2018년 2월에는 교보증권에서 강연했고, KB증권의 투자권유대행인으로 활동 중이라는 이력을 붙인 본인 소개를 홈페이지와 각종 오프라인 세미나 공고에 게재했다.

2019년 8월 금감원은 머니사이언스인베스트를 직권말소 조치했다. 사유는 폐업이다. 직권말소 제도는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자를 신속하게 퇴출해 투자자 피해를 막고자 금감원이 같은 해 7월부터 도입했다.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린 이희진씨 사건이 계기였다. 이희진씨는 유사투자자문사를 세워 미등록 투자매매업으로 거액의 돈을 빼돌리다 2016년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금융당국은 '제2의 청담동 주식 부자 사건을 막겠다'며 관련 법령 위반 등의 사실이 적발되면 직권말소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직권말소 사유로는 ▲국세청 폐업 신고·사업자 등록 말소 ▲보고의무 위반·자료 제출 요구 불이행으로 3회 이상 과태료 부과 ▲의무교육 미이수, 금융 관련 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부과 등 신고 결격사유 등이 있다. 직권말소 때 향후 5년간 유사투자자문업 영위를 할 수 없다. 직권말소 후에도 계속 영업하면, 미신고 영업으로 1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신속한 퇴출을 위해 직권말소권을 도입했지만 사실상 퇴출되는 경우는 대부분 자진 폐업이었다"면서 "라덕연씨의 머니사이언스인베스트 역시 직권말소 사유는 폐업이었다"라고 꼬집었다.


이후 라 대표는 2020년 3월 알앤케이투자자문을 세워 금융위에 투자자문사로 등록했다. 라 대표에게 투자한 이들 중 상당수가 '금융당국에 등록된 업체라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라고 말하는 배경이다. 의문점은 유사투자자문사를 폐업한 그가 이렇게 쉽게 투자자문사로 등록할 수 있었는지다.


유사투자자문업은 폐업 후 1년간 같은 유사투자자문업자로 신고하지 못하지만 투자자문업 등록은 가능하다. 라 대표의 투자자문업 등록이 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제도의 허점을 제대로 파고든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사투자자문업을 하다 다시 유사투자자문업에 재진입하려면 1년이 지나야 한다"면서도 "유사투자자문업을 자진 폐업했다고 투자자문업 등록에 결격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알앤케이투자자문은 2021년 4월 상호명을 알앤케이홀딩스로 바꿨는데, 그해 6월 금융위가 해당 업체의 투자자문업 업무 폐지 사실을 공고했고 지난해 7월 폐업했다. 이번 사태로 이름이 알려진 호안은 라 대표가 2016년 9월 설립했다. 호안은 미등록 투자자문사다. 2021년 11월에 세운 에버레스트파트너스 역시 경영컨설팅업이 주요 사업목적인 미등록 투자자문사다. 현재 검찰과 금융당국은 라 대표가 회사 설립과 폐업을 반복면서 등록도 하지 않은 채 투자일임업을 해온 등의 혐의도 수사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호안은 미등록 업체이지만 알앤케이투자자문은 투자자문을 진짜 등록했던 업체였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호안이라는 이름으로 등록·신고·인허가 된 적은 없다"라면서 "다만 알앤케이투자자문은 2020년 8월에 투자자문사로 등록을 했고, 2021년 6월에 자진 폐지 신청을 해서 승인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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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문 업체에 투자한 피해자 피해보상 확률↑

유사투자자문, 투자자문, 미등록 업체 등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가 성립하려면 시세조종 혐의가 입증돼야 한다. 박필서 한누리 변호사는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에서 시세조종 의혹을 사실로 밝혀낼 경우 손해를 입은 투자자는 피해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한누리는 이번 사태로 손실을 본 투자자를 대상으로 피해 접수를 받고 있다.


불법 업체에 투자했다면 피해보상을 받기 어렵다. 김광중 한결 변호사는 "등록되지 않은 업체인데 일반 투자자문 업체처럼 행위를 했다면 행정법상의 위법 행위를 한 것으로 민법상의 손해배상 영역으로 구분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곳이라 위험성이 큰 업체인데도 이를 알고도 이용했다면 피해를 입을 가능성 크다는걸 인지했다는 뜻"이라며 "인지를 했다고 손해배상을 못 받는 건 아니지만 피고의 책임제한 등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거나 손해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문 업체를 통해 투자했다면 손해배상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김광중 변호사는 "유사투자자문은 불특정 다수가 대상이지만 투자자문은 1대1 자문이 가능해 책임 면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라덕연이 투자자문 업체로 투자자를 모집했다면 투자자들이 손해배상보상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업체 명칭은 알지만 등록 업체인지 아닌지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면 손해배상을 받는데 긍정적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투자자 모집의 주요 거점인 업체가 어디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금융위·금감원은 "투자자 모집의 주요 업체가 된 곳은 수사의 영역으로 현재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조계는 수사기관의 조사에서 어느 정도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피해자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는 투자자들이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사안에 따라 공범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문의 허들 높여야

한편, 이번 사태로 유사투자자문 제도를 없애고 투자자문의 허들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현재는 상호·대표자명, 자본·출자금, 대주주 인적사항 등만 기입하면 유사투자자문업을 할 수 있다. 허들이 높지 않아 유사투자자문 업자는 2015년 말 959곳에서 2021년 말 1912곳으로 늘었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연구위원과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별도의 유사투자자문업 개념 없이 투자자문업자의 개념을 넓게 해석해 개별화된 자문에 해당하는 모든 경우를 투자자문업으로 포섭해 규제하고 있다"라며 "유사투자자문업자 제도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부작용도 거론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많은 업체가 투자자문 시장으로 흡수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탓에 오히려 음지에서 암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유사투자자문업을) 단번에 폐지보다는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단기적으로 허들을 높이는 방향 먼저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음성화 등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감독당국 테두리에서 벗어난다면 불법행위 규제가 더 힘들어질 여지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자본시장 질서에 경종이 울리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가 진상파악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투자피해 사례와 함께 라덕연 측의 주가조작 및 자산은닉 정황, 다우데이터·서울가스 대주주의 대량매도 관련 내막 등 어떤 내용의 제보든 환영합니다(jebo1@asiae.co.kr). 아시아경제는 투명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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