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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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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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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공매도를 저지르다 걸려도 관련 법이 허술해 민형사상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공매도 제도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배만 불려주고 피해는 개인들한테 돌아옵니다. 공매도 없애야 합니다."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의견 중 일부다. 금융당국이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투매가 발생하자 고심 끝에 '공매도 6개월 금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공매도 폐지 또는 개선을 요구하는 글이 끊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한 국민청원이 700여건에 달할 정도다.

공매도 금지 조치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대수술'을 요구하는 것은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일테다.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는 일종의 필요악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증시가 과열될 때 지나친 주가 폭등을 막아 거품을 방지하고 하락장에서는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이 있다.


다만 순기능에 고질적 병폐가 있다. 우선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전유물이 될 정도로 개인 투자자와는 다소 동떨어진 제도라는 점이다. 올들어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발표한 지난 3월13일까지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 공매도 거래대금은 32조7082억원에 달했다. 이 중 외국인이 55.1%(18조183억원), 기관 43.7%(14조3000억원)로 이들 '큰손'을 합하면 98.8%(32조3183억원)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는 1.2%(3892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공매도를 허용하고는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차입기간도 외국인이나 기관과 다르게 한정돼 있는 등 공매도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져 나타난 결과다. 신용도나 상환 능력도 큰손들에 비해 약하다는 점도 개인의 공매도 투자를 가로막는 요소다. 결국 개인 투자자들에게 공매도는 언감생심일 수 밖에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점 또한 문제다.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되지만 빌려온 주식 없이 일단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금융회사는 101곳에 이르지만 이들에 대한 제재는 모두 과태료(45곳)와 주의(56곳) 수준에 그쳤다.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공매도 금지 규정 위반에 대해 과태료 부과 이외의 처벌 근거가 없다. 미국이 불법 공매도에 대해 500만달러(약 60억원) 이하 벌금 또는 20년 이하 징역형이라는 무거운 처벌 조항을 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다 보니, 근절은커녕 매년 반복돼 투자자들의 불신만 키우고 있다.


금융당국도 지금의 공매도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1일 하반기 금융정책 방향 관련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공매도 거래를 재개하더라도 바로 하지 않고 제도 개선과 함께 환원하고 시장과 소통을 통해 연장이 필요할 지도 살펴볼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공매도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그때마다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번 말 뿐이었다. 주식시장의 근간은 상호간 신뢰다. 이번 기회에 공매도를 제대로 정비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금융당국이 공정한 심판자라는 신호를 시장에 알릴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 당국의 의지에 달렸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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