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국가가 조세채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소멸시효 완성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재판관)는 정부가 "조세채권 존재를 확인해 달라"며 일본업체 A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A사)의 재산이 외국에는 있지만 국내에는 없어 압류 등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징수위탁을 위한 상호합의 등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법인세와 가산금을 징수하지 못하고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해 시효 중단을 위한 이 사건 소는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소의 확인 이익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거기에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일본법인 A사는 2006~2007년 국내에 있는 우리나라 법인에 주식 3만2000주를 양도하고 그 대금으로 97억8000엔(약 1100억원)을 지급받았다.
이 일로 우리나라 과세당국은 A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법인세를 미납한 사실을 확인하고 2011년 3월 법인세로 223억여원을 납부하라고 고지했다.
하지만 A사는 이 법인세를 내지 않고 버텼다. 2011년 5월에는 법인세 부과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거듭된 독촉에도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정부의 조세채권의 소멸시효(납부기한인 2011년 3월31일의 다음 날부터 5년)가 임박해졌다. 정부로서는 A사가 국내에 보유한 재산도 없어 강제집행을 나서기도 어려웠다. 다급해진 정부는 끝내 소송을 냈다.
A사는 "한국 정부가 재판을 청구하는 것은 소멸시효가 중단될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한국 정부가 얻을 수 있는 소송의 이익이 없다"며 소송 제기 자체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에서는 '재판 청구'가 조세채권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우리 국세기본법 제28조는 조세채권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사유로 '납세고지, 독촉 또는 납부최고, 교부청구, 압류'만을 규정하고 있다. '재판 청구'는 없다.
1심은 "'재판 청구'를 조세 채권의 소멸시효 중단 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며 정부 손을 들어줬다.
2심도 "정부가 납세고지 이후 독촉장 발송, 국제적인 조세 행정 공조 절차의 진행, 납부 최고서 발송 등 징수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적절히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세채권이 징수되지 않고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 예외적으로 소송의 이익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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