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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1인 방송과 수평적 규제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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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필자는 지상파방송사의 추적 60분을 보면서 충격에 빠졌다. 1인 방송의 내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며 불법적 내용물을 담는 경우까지 있었다. 당일 밤 늦은 시간까지 복잡한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방송 이후 많은 사람들이 공포와 충격, 그리고 우려와 걱정 등의 반응을 보였다. 관련 기사와 이에 대한 댓글들을 살펴보면 그 깊이와 넓이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시청률이나 방송광고의 점유율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방송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내용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대단하다. 1인 방송도 마찬가지다. 영향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청자 또는 이용자에게 미치는 힘에 차이가 있겠지만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1인 크리에이터 소위 BJ(Broadcasting Jockey)의 사회적 영향력은 상당해 보인다.

우리가 지상파방송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방송 거리 인터뷰와 인터넷상에서 스트리밍으로 시청할 수 있는 소위 1인 방송, 두 콘텐츠가 어떤 점에서 다를까? 인터넷과 지상파라는 소위 콘텐츠를 실어나르는 망(네트워크)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전자는 방송이고, 후자는 방송이 아니다. 이에 따라 현행법상 1인 방송은 방송이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1인 방송을 방송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물의 명칭은 그 사물의 속성에서 비롯된다. 정말 1인 방송이 방송이 아니라면, 이름이 잘못 붙여진 경우거나, 만약 방송이라면 현행 방송법 내 방송의 정의가 잘못되어진 경우로 볼 수 있다.


물론 시대에 따라 명칭은 자의적으로 정해진다. 하지만 명칭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1인 방송에 대해 법적으로 어떤 해석을 내리든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인터넷상의 동영상 콘텐츠를 이용하는 행위를 방송을 시청하는 행위와 구별하지 않는다. 방송프로그램과 유사한 속성을 갖춘 동영상 콘텐츠는 이들을 실어나르는 망과 상관없이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해 방송과 유사한 동영상 콘텐츠를 동일하게 보려는 입장을 갖고 관련 법제도를 바꾼 나라들이 있다. 유럽연합(EU)의 회원국들이다. 그들은 같거나 유사한 것들을 모아서 다른 것들과 다르게 다루되, 함께 모아진 것들은 동일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철학을 공유한다. 오랜 논의 끝에 EU의 회원국들은 기존의 수직적 규제틀을 수평적인 규제틀로 전환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직적 규제틀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인 방송이 방송이라고 말하려면 인터넷이 아닌 방송네트워크를 통해서 제공돼야 한다는 입장다. 현행 수직적 규제틀 내에서 방송을 정의 내릴 때 방송이 갖는 속성보다 네트워크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상품의 정의나 명칭이 유통망이나 배송되는 트럭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와 같다. 같은 콘텐츠라도 지상파방송사가 만들어 지상파방송망을 통해 송신되면 방송이지만 1인 크리에이터가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면 방송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낡은 관점과 사고를 바꾸어야 할 때다. 수평적인 규제틀은 콘텐츠와 망(네트워크)을 분리해 사고하게 한다. 네트워크로부터 거리를 두고 방송을 바라보면 방송 역시 새롭게 정의내릴 수 있다. 유사한 동영상 콘텐츠와 함께 방송을 묶어 새로운 용어인 시청각 콘텐츠로 보고 이를 정의내릴 수 있다. 나아가 새롭게 정의한 시청각 콘텐츠에 포함된 폭력적이고 선정적 내용물에 대해 공히 현행 방송심의 관련 규정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적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행 방송법이 요구하는 수준의 내용심의가 1인 방송에도 필요한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방송과 1인 방송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수준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때다.


강재원 동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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