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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휩쓴 '삼한사미'…'은밀한 살인자' 미세먼지가 소비를 바꾼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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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은 춥고 사일은 미세먼지…새로운 소비 행태 만들어
마스크·공기청정기 이어 공기정화식물·의류관리기도 인기
전체적인 소비 위축은 불가피…그린산업 성장 이끈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11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미세먼지에 싸여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전국적으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11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미세먼지에 싸여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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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 하버드 출신의 경제학 박사인 피터 나바로 교수가 쓴 책이다. 세계 최고의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에 가뭄이 해소돼 커피원두 생산량이 많아지면 당연히 국제 원두가격이 하락하고, 세계 최대의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반사이익 효과를 누린다는 내용으로, 날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한 것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이 기후 변화와 기술 혁신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미국의 경제학자 2명에게 돌아간 것만 봐도, 날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물며 대한민국은 어떨까. 대한민국만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인데다 최근 몇년간 여름에는 '폭염', 겨울에는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서울이 여름에는 아프리카만큼 덥고 겨울에는 시베리아보다 춥다는 의미의 신조어인 '서프리카(서울+아프리카)'와 '서베리아(서울+시베리아)'도 등장했다. 지금은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삼일은 춥고 사일은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날씨라는 뜻이다. 미세먼지가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를 급속히 바꾸고 있다. 대한민국의 소비경제의 '큰손'으로 등장한 것. 의(衣)·식(食)·주(住) 등 모든 곳을 파고들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까지 만들고 있다.

LG 공기청정기.

LG 공기청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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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계절에 상관없이 필수가전으로 떠오른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가 극심한 이달 들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마트에서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공기청정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85.5% 폭증했다. 같은 기간 롯데하이마트에서도 135% 판매가 늘었다. 임유빈 하이마트 상품기획자(MD)는 "11월 들어 미세먼지 농도가 연일 '나쁨'을 기록하면서 공기청정기를 찾는 소비자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공기청정기와 함께 필수 가전 세트로 통하는 빨래건조기와 의류관리기 판매량도 증가추세다. 롯데하이마트에서 올해 1~10월까지 의류 관리기와 의류 건조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2%, 180% 늘었다. 전통 특수 품목인 마스크도 연일 품절 행진이다. 편의점 CU와 GS25에서는 이달 들어 11일 현재까지 마스크 매출 신장률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18.7%, 179.3%를 기록했다. 일부 매장의 경우 준비해 놓은 마스크 물량이 동나는 사례도 속출했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지난달 1일부터 지난 7일까지 미세먼지 관련 상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 정도 증가했다. 세안제 등 눈 건강용품 매출이 17배 넘게 뛴 것이 특징이다. 또 '스투키'나 '수염 틸란드시아' 등 공기 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식물 매출도 26% 뛰었다.

이처럼 미세먼지 산업으로 분류되는 '안티더스트(Anti-Dust)'시장은 새로운 수익시장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미세먼지가 가장 나쁜 1위 국가로 꼽히면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미세먼지에 따른 극단적인 소비 변화도 빨리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소비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강현주 박사ㆍ인하대 서현덕 교수ㆍ홍익대 유종민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세먼지(PM10) 수치가 80㎍/㎥를 초과하는 '나쁨' 상태를 나타내는 날이 하루씩 증가할 때마다 대형소매부문 판매가 0.1%씩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미세먼지가 국내 소매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1㎥당 10㎍ 증가하면 대형마트의 판매가 약 2%포인트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나쁘면 외출을 꺼리게 마련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소비 위축은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미세먼지가 친환경 그린산업 성장을 이끌고 그린소비 문화를 형성하면서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지역에 첫 얼음이 관측되는 등 초겨울 날씨를 보인 10월30일 서울 광화문네거리 인근에서 시민들이 두터운 옷차림으로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서울지역에 첫 얼음이 관측되는 등 초겨울 날씨를 보인 10월30일 서울 광화문네거리 인근에서 시민들이 두터운 옷차림으로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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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은 추운 '삼한'도 올 겨울 소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난방가전과 방한의류 제품 등은 벌써부터 특수를 누리고 있다. G마켓에서는 패딩 조끼와 다운 점퍼 판매량이 8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여성 패딩 조끼의 경우 8월 판매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800%에 달했고 9월과 10월에도 761%, 106%를 기록했다. 여성 패딩 점퍼도 8월에 286%의 높은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고, 9월과 10월 들어서는 359%, 332%를 달성했다. 남성 제품의 판매 추이도 비슷하다.

G마켓 관계자는 "여름이 무더웠던 것 만큼 겨울 추위도 일찍부터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되면서 겨울 보온 의류도 일찍부터 인기리에 판매됐다"며 "8월 역시즌 시즌부터 시작해 최근까지도 아침 저녁으로 기온차가 심해 패딩 및 다움 제품이 꾸준히 판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달간 난방제품의 판매 신장률도 높다. 코타츠와 탄소매트 열풍기의 판매 신장률이 각각 142%, 66%, 954%에 달한다.

한편 이상 기후 변화에 따른 투자도 달라져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됐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교차 55도:서베리아와 서프리카"라는 보고서를 통해 "여름이 덥고 겨울이 추워지면 실내활동 시간이 늘어나 게임, 온라인쇼핑 시장 등의 성장세가 빨라질 것"이라며 "게임과 전자결제 관련 업종, 각국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탄소배출권 관련 상품 등에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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