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3500만t의 철강 제품을 수입하는 중국 거대 기업이 있었다. 1980년대 중반이었으니 포스코의 연간 생산량보다 많은, 잡으면 무조건 돈이 되는 그런 회사였다. 대우를 비롯한 한국의 모든 종합상사가 수주를 따내려고 달려들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대우에서 철강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는데 우리 회사에 기회를 한 번 주세요."
당돌한 젊은이의 패기에 중국 회사 동사장은 곧바로 어려운 숙제를 던졌다. 50t짜리 인콰이어리(구매 의향서)를 주는데 한국 제품의 가격이 너무 비싸니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에 맞춰 다시 오라는 것이었다.
35년 전 젊은 상사맨의 추억을 불쑥 꺼낸 것은 어느덧 60대 중반이 된 그의 얼굴에서 여전히 그때의 그 근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어느 자리에서든 자신감과 유머가 넘치며 주어진 일은 몇 배 이상의 퍼포먼스를 만들어낸다. 60대 중반 나이에 현업에서 뛰는 롱런의 비결이기도 할 터. 시간은 유한하고 사람은 나이를 먹기 마련이지만 어떻게 농익느냐는 변하지 않는 본연의 자세에 달린 것 같다.
아시아경제 산업부 김혜원 기자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매달 엄마한테 60만원씩 보내요"…국민 30%의 한...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