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처음 내놓았을 때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16차선 광화문로를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소식은 반가웠다. 늘 차량으로 들끓던 이곳은 군사정권의 대표적인 전시 행정 공간이었다. 과밀한 도심에 들어설 시민을 위한 여유 공간은 당장 화두가 됐다. 다만 어떤 모습을 가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지금도 방문객을 처음 맞는 건 눈부신 황금색 동상이다. 광화문과 북악산을 가로막고 버티고 선 세종대왕상이다. 마치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자아도취적인 제왕의 모습은 낯설기 그지없다. '까막눈'인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세종대왕이 이 사실을 알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꾸짖을 일이다.
게다가 광화문광장은 권위적인 축선 위에 자리한다. 과거 왕정이나 독재 권력이 힘을 과시하기 위해 차용한 도시 설계의 상징이다. 또 광장이 바라보는 건 과거 일제가 세운 남산 신궁의 터다.
바람 잘 날 없었던 지난해의 마지막 토요일, 시민들은 처음으로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1박2일에 걸친 100만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대통령 퇴진"을 외치던 목소리는 지난 3월 헌법재판소의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이어졌다.
'다사다난(多事多難)' '격동(激動)' '롤러코스터'. 연말이면 빠짐없이 등장하던 이 표현들은 올 세밑에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역사는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촛불집회와 탄핵의 결과물인 조기대선을 거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과 한중 외교 등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반세기 넘게 억눌린 시민사회의 에너지가 분출됐던 광화문광장은 지금도 조용히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에게 광장이란 무엇일까. 도시국가에서 유래한 유럽과 달리 우리가 광장을 접한 건 근대 이후의 일이다. 광장은 정치ㆍ경제ㆍ사회ㆍ종교ㆍ문화의 중심이기도 하다.
지금도 주변에선 새로운 건물과 공간이 끊임없이 탄생하고, 새로운 주장과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거듭난 광화문광장은 논란의 해법이 될 전범(典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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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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