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車구매·개발 담당자들, 설비·기술·가격·양산 논의하러 수시로 한국 방문
LG화학·SK이노베이션 '파우치형 배터리' 성장세 뚜렷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국내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의 영업 부서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로부터 한달 평균 2~3회씩 방문 요청을 받는다. 한국을 찾는 발길도 분주하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포르쉐, BMW, 다임러, 테슬라, 폭스바겐과 같은 자동차 회사의 구매ㆍ개발 부서 담당자들이 방한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 관련 임원은 "예전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유럽에 출장을 가서 우리 제품을 써달라고 읍소했는데 이젠 위상이 확실히 달라진 걸 느낀다"라며 "그들이 먼저 와서 국내 배터리 공장 설비를 살펴보고 기술과 가격, 양산능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길 원한다"라고 전했다.
◆'파우치형 배터리' 점유율 상승…테슬라도 관심
이는 LG화학의 파우치형 배터리가 들어가는 GM 볼트의 판매량을 봐도 알 수 있다.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GM볼트는 1917대를 판매해 1위(점유율은 12.6%)를 차지했다. GM볼트는 한번 충전하면 400km를 달릴 수 있는 유일한 자동차다. 성능 개선엔 배터리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쉐보레와 르노, BAIC의 파우치형 배터리 탑재 모델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전 해외 자동차 회사들도 원래는 각형이나 원통형을 쓰는 곳들인데 파우치형 모델 출시도 염두에 두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도 현재 원통형 배터리만 쓰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물량 조달이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파우치형이나 각형 제품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부터 국내 배터리 업체와 접촉하고 있다.
◆ 대규모 인력 채용 중…실적은 갈 길 멀어
전기차 배터리 업계 위상이 올라가며 국내 배터리 3사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간 인재 모시기 경쟁도 치열하다. SK이노베이션은 후발주자이지만 이달 CEO 직속으로 배터리 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공격적으로 배터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ㆍ마케팅ㆍ엔지니어ㆍ사업지원 전분야에서 경력직원을 채용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가 향후 성장동력인데다 국내 인력은 한정돼 있다보니 서로 능력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려한다"고 말했다.
실적으로 보면 3사 모두 갈 길이 멀다. 2분기 기준 LG화학의 전지사업 부문은 1년 반만에 적자에서 벗어나 영업이익 75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도 7분기만에 적자에서 벗어나 전체 영업이익 55억원을 거뒀다. SK이노베이션은 공장 신ㆍ증설 투자로 인해 적자 상황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