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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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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 이후 지난주까지 7차에 걸친 촛불집회는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새 지평을 열었다. 그것은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공조 내지 방조에 대한 경종이었다. 그것은 또 우리 사회의 '적폐'에 대한 민초의 경고였다. 지난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은 촛불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향후 한국 사회가 어디로 갈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특히 정치권의 향배는 더욱 그렇다. 여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차기 정권은 야당이 잡을 것이 확실하다고 하지만 장담하기 어렵다. 과거를 보자. 짧은 기간 고도성장한 한국 민주주의 역사는 그것을 그대로 말해준다. 1960년 4ㆍ19 민주혁명은 이듬해 5ㆍ16 군사쿠데타로 빛을 바랬고 1980년 서울의 봄과 5월 광주민주화운동도 군부의 총에 짓밟히고 말았다. 1987년 6ㆍ10 민중항쟁은 직선제 개헌을 이끌었지만 민주 진영의 분열로 정권은 다시 군부의 손에 넘어가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주는 분명한 교훈은 촛불 민의가 바라듯이 올곧은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모든 구성원의 처절한 자기 반성과 다짐을 바탕으로 그동안 익숙했던 것들과 이별을 고해야 한다.

우선 가장 익숙한 것과 이별해야 할 인물은 박 대통령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다시 관저에서의 일상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탄핵안 가결 전이나 지금이나 관저 생활이 더 익숙한 분이니 박 대통령의 일상은 별로 변한 게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검찰 수사에 임하겠다는 수 차례의 약속을 종잇장처럼 어기고 탄핵안이 가결돼도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며 아직 무엇이 잘못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대통령에게 더이상의 기대는 거두는 게 현명하다.

검찰은 어제(11일) 그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나머지 못다한 수사는 이제 특검의 몫이 됐다. 그러나 검찰의 초기 수사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결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뒤늦게나마 수사에 속도를 낸 것은 다행이지만 이제는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최순실 사태에서 가장 '멘붕'이었을 사람들은 모르긴 해도 선량한 공무원들일 것이다. 아무리 복지부동의 대명사라고 해도 그들 또한 국민인데다 어렵게 국가고시를 통과해 국가를 위해 봉사하려 했던 이들이 아니던가. 일개 강남 아주머니의 국정농단에 대통령이 휘둘리고 그 명을 따라야 했다고 생각하면 참담함을 넘어 치욕스러웠을 것이다. 이제라도 공무원들은 익숙했던 복지부동과 영혼 없음과는 이별해야 할 때다.

성숙한 민주 시민의식에 비교해 저급한 정치문화의 개선도 요구된다. 그러나 정치권이 구태를 벗어날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이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국민들은 자꾸 주저하게 된다. 탄핵안 가결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촛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다. 촛불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4ㆍ19가 5ㆍ16으로, 서울의 봄과 광주의 외침이 서슬 퍼런 군화발로, 6ㆍ10항쟁이 다시 군부의 손에 넘어갔던 것처럼 그 결과가 참혹할까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상이 된 춧불, 그 익숙함과의 이별은 올곧은 대한민국을 본 후에라야 가능할지 모른다.

김동선 사회부장 matth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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