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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최초 코브라헬기 탑승 “날쌘 표범처럼 날카로운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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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브라헬기는 두명의 조종사가 탑승한다. 헬기의 바람을 맞으며 기자가 무기체계를 담당하는 앞좌석에 탑승했다.

코브라헬기는 두명의 조종사가 탑승한다. 헬기의 바람을 맞으며 기자가 무기체계를 담당하는 앞좌석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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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불과 30분 앞둔 지난달 22일 오전 11시59분. 전군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의 무인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출동한 군은 육군 항공작전사령부(이하 항작사)다. 당시 육군은 항작사 소속 코브라(AH-1S) 공격 헬기를 앞세웠다.


북한의 전차부대가 가장 두려워 하는 코브라헬기는 육군에 전력배치된 최정예부대로 손꼽히고 있다. 코브라헬기의 전술비행을 국내 언론사 최초로 체험하기 위해 지난 3일 항작사 1항공여단 109항공대대를 찾았다.


하늘은 비행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항작사에 도착했지만 먹구름 탓에 시계(視界)가 200m에 불과해 비행은 불가능했다. 오후가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먹구름은 물러나고 비행장에 코브라헬기가 육중한 몸매를 드러냈다. 이어 엔진은 굉음을 내기 시작하더니 열기를 내뿜으며 프로펠러(propeller)를 회전시켰다.


코브라헬기는 두명의 조종사가 탑승한다. 헬기의 바람을 맞으며 기자가 무기체계를 담당하는 앞좌석에 탑승하자 항작사 관계자는 "양발의 페달과 고도를 조정하는 오른쪽 조종관, 방향을 전환시키는 왼쪽조정관을 절대 건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민감한 조종관을 잘못 건드릴 경우 비행중에 추락할 수 있다.


코브라헬기 좌석은 성인 남성 한명이 빠듯이 앉을 정도로 비좁았다. 20여가지의 계기판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눈앞의 조준경은 전차들이 두려워 한다는 토우(TOW)미사일 조준경임을 짐작케했다. 조정석 덮개(캐노피)는 방탄이 되지 않지만 조종석 옆에는 두꺼운 철판으로 된 방탄벽이 조종사를 보호해줬다. 코브라헬기의 캐노피는 전투기처럼 매끈한 둥근 모양이 아닌 각을 세운 모양이다. 항작사 관계자는 앞좌석에 무기를 담당하는 조종사가 굴절현상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고 귀뜸했다.


캐노피가 닫히자 헬멧의 무전기로 "찰리 3, Take-Off(이륙)'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코브라헬기는 더 강한 굉음으로 내며 지상 1m위로 가볍게 떠올랐다. 이어 코브라 헬기는 180도 방향을 바꾸더니 같이 비행하는 헬기 3대와 함께 이륙장으로 이동했다. 긴장감에 양발은 물론 온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조종석내부에 장착된 거울에 비친 기자의 얼굴은 그야말로 사색이었다. 비행을 앞둔 코브라 헬기들은 마치 100m를 질주하기 전 준비자세를 하고 있는 야생표범을 연상케 했다.


코브라헬기 좌석은 성인 남성 한명이 빠듯이 앉을 정도로 비좁았다.

코브라헬기 좌석은 성인 남성 한명이 빠듯이 앉을 정도로 비좁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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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노피가 닫히자 헬멧의 무전기로 "찰리 3, Take-Off(이륙)'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캐노피가 닫히자 헬멧의 무전기로 "찰리 3, Take-Off(이륙)'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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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륙. 코브라헬기가 이륙한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낙동강과 경기도 남양주시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광경을 즐기는 것도 잠시였다. 앞서 비행한 찰리 1과 찰리 2호기가 산능선을 따라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능선을 따라 고도를 낮춰 저공비행하는 등고선비행이었다. 적의 대공포를 피해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코브라헬기의 등고선비행은 뱀처럼 일렬대형으로 20분간 이어졌다. 헬기들은 산과 산사이를 구렁이 담넘듯 빠져나가면서 고도를 높였다 낮췄다를 반복하고 몸체를 60도까지 기울이며 비틀기 시작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지만 점심을 먹고 바로 탑승한 기자는 실신직전까지의 기분을 맛 보았다.


군생활 30여년동안 8800여시간의 비행시간을 보유하고 있는 유재진 준위는 뒷자리에서 미소를 지으며 이제부터가 진짜 전술비행이라고 했다. 대대 헬기들은 갑자기 'Z'자 모양으로 대형을 바꾸더니 급상승했다. 전술에 따라 8가지 대형을 바꿔가며 비행하던 헬기는 호명산 중턱에 도착하자 다시 급하강하기 시작했다. 본부로부터 적의 표적을 부여받고 몸을 숨기는 모습이 마치 전투병이 바위뒤에 숨어 있는 모습과 흡사했다.


헬멧의 무전기에는 옆 헬기조종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찰리 1 표적발견, 미사일 파이어(발사ㆍFire)" 고개를 돌려보니 옆 헬기는 고도를 높여 산 꼭대기에서 적을 겨냥하고 있었다. 이어 "찰리 2, 파이어". 기자가 탑승한 헬기도 급상승해 춘천댐을 바라보며 미사일을 발사하고 급하강했다. 기자의 속은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오전내내 내리던 비로 초록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야산도 마냥 얄밉게만 보였다.


비행훈련을 1시간가량 마치고 복귀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유 준위는 공격헬기를 조종하기 위해서는 인근지역의 지리를 익혀야 한다며 이륙시에 알려줬던 지리를 되물어봤다. 하지만 기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산을 구별하는 것은 커녕 방향감각까지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유 준위는 "전방부대 근무 특성상 언제 출동할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 근무를 하고 있지만 헬기 조정법은 물론 지형지물을 이용한 훈련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브라헬기 비행훈련을 마치고 부대에 도착하자 중국 전승절 열병식 속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날 중국은 27개부대의 500여 개의 무기와 장비를 선보였다. 하지만 부럽지 않았다. 최정예 전력인 코브라헬기가 전방에서 버티고 있는 한 튼튼한 안보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했다.


코브라헬기의 캐노피는 전투기처럼 매끈한 둥근 모양이 아닌 각을 세운 모양이다.

코브라헬기의 캐노피는 전투기처럼 매끈한 둥근 모양이 아닌 각을 세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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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준위는 공격헬기를 조종하기 위해서는 인근지역의 지리를 익혀야 한다며 이륙시에 알려줬던 지리를 되물어봤다. 하지만 기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산을 구별하는 것은 커녕 방향감각까지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유 준위는 공격헬기를 조종하기 위해서는 인근지역의 지리를 익혀야 한다며 이륙시에 알려줬던 지리를 되물어봤다. 하지만 기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산을 구별하는 것은 커녕 방향감각까지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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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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