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분양시장 점검
-가계대출 강화·미국 금리인상 임박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도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주상돈 기자]여름 휴가철이 지나면서 하반기 분양시장 문이 활짝 열렸다. '공급 과잉' 빨간불이 켜졌지만 건설사들은 상반기보다 더 많은 24만가구를 쏟아낼 예정이다. 하반기 이후 주택 경기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올 한해로 보면 분양 물량이 43만가구가 공급된다는 얘긴데, 15년 만에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시장이 살아나자 건설사들이 앞 다퉈 '밀어내기 분양'에 나선 결과다. 문제는 분양 성적이다. 주택 구매 심리가 회복되고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며 꾸준히 줄었던 미분양 물량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4068가구로 5월(2만8142가구)에 비해 20% 이상 급증했다. 공급 과다로 미분양 적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은 이유다.
주택분양지수도 이런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8월 분양계획지수는 114.0으로 전월 대비 15.3포인트 하락했다. 분양실적지수는 16.9포인트 떨어진 109.1이었다. 두 지수 모두 올해 최저치다. 하반기 분양 물량이 집중돼 있는데도 분양계획지수와 분양실적지수가 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어 밀어내기식 분양에 대한 건설사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공급 과잉에서 촉발된 이상 기류가 향후 부동산 시장 하락세를 이끌 수도 있다. 올해 분양시장에 쏟아진 가구가 입주하는 2~3년 후 '입주 폭탄'으로 돌아와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25만2000여가구에서 2016년 26만9000여가구, 2017년 28만4000여가구 등으로 꾸준히 증가할 예정이다.
내년 1월부터 가계대출의 문턱이 높아지는 것도 변수 중 하나다. 정부가 7·22 가계부채관리대책을 통해 과열 양상을 빚고 있는 주택시장의 위험 관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 시장 변화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밖에 하반기 예정된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환율정책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의 분양시장 호조세는 하반기까지 이어지겠지만 향후 주택 경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 금리 인상폭은 제한적이겠지만 내년 이후 부동산 시장이 받을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면서 "투자 수요가 적극 유입되고 있는 분양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은 주산연 책임연구원도 "금융정책 변화가 수요자의 경제적 부담과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주택시장 회복세를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고 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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