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들, 돈 풀기 도미노 자국 수출 살리기 경쟁 붙었는데
가계부채에 수출기업에만 포커스 맞추기도 부담스러워…말까
전문가 "이달 금통위 소수의견 나오면 3~4월 인하 가능성 커"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글로벌 '쩐(錢)의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은행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통화완화 정책에 동참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는 가운데 한은도 '기준금리 연 2% 마지노선'을 깨고 한 차례 더 금리인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하지만 1060조원의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완화에 나선 것은 지지부진한 경제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해 자국의 돈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성장을 유도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싱가포르 중앙은행을 빼면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환율을 타깃으로 한 통화정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자국 통화완화를 통한 환율전쟁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평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떨어트려 환율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쟁국의 화폐가치 하락은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권규백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도 "호주와 중국은행이 뜻밖의 시점에 통화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는 낮은 물가와 성장률 둔화 탓이다. 다른 중앙은행의 경쟁적 완화와 달리 한은은 1월 이후 매파적인 모습을 보여왔는데, 물가와 수출증가율을 볼 때 2월까지 매파 성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의 주요수출처인 중국의 1월 수출입이 급감한 점도 복병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는 1월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9% 줄고, 수출은 3.3% 감소했다고 7일 발표했다. 임 팀장은 "중국 수출이 위축되면 우리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내 금리인하를 전망한 전문가들의 경우 대체로 3∼4월 내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달에 소수의견이 나온다면 3월이나 4월 한 차례 더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보는 것이다.
다만 신중론도 있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데다 정부가 연초 들어 잇따라 제시한 '선(先) 구조개혁'이 아직 실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구조개혁 없이는 저성장·저물가를 탈피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더구나 금리인하로 원·달러 환율을 떨어뜨리는 '대기업 수출주도형 경제'에 힘을 보태는 데에는 한계에 왔다는 지적도 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수출대기업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면 원·달러 환율을 올리는 게 긍정적이지만 국내 소비는 내수물가가 올라가 되레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지금 당장 다른 나라에 맞춰 금리인하를 하기에는 금융안정의 문제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어가는 '낙수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다시금 통화완화에 나서 세계 다른 은행들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적당하다고 보기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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