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만 해도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전기와 비교한 1분기 GDP 성장률은 0.8%로 8분기 연속 0%대 성장에 만족해야 했다. 새 정부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 전망을 제시했지만, 시장에선 '상저하저(上低下低)'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비관론이 확산됐다.
2분기 성장률은 시장에 고민을 안겼다.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끌어다 부양한 2분기의 성장세가 하반기 경기 회복의 촉매가 되리라는 낙관론과 재정효과에 기댄 반짝 성장으론 하반기 경기를 지탱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교차했다. 시장에선 후자에 무게를 실으며 특히 정부소비가 상반기에 몰려 3분기 이후 투자와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 가능성 등 대외변수가 부각된 점도 악재로 꼽았다.
이런 전망 속에 나온 3분기 성장률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전기 대비 GDP 성장률은 두 분기 연속 1.1% 성장을 유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한 성장률도 7분기 만에 3% 위로 올라섰다. 이변이 없다면 정부가 점친 올해 성장률 전망치(2.8%)는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영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성장 전망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전기 대비 성장률 1.1%는 예상했던 성장 흐름의 상단에 있는 수치"라면서 낙관적인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이어 "수출이 줄었지만 전분기 수출 증가 폭 확대에 따라 기저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면서 "추석 연휴가 끼어 영업일수가 줄어든 일시적인 요인도 영향을 줬다"고 덧붙였다.
민간 연구기관의 시선은 보다 차분한 편이다. 김현욱 SK경영경제연구소 실장은 "3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괜찮은 건 사실이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0.8% 아래로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었다"면서 "미약한 성장세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실망감은 줄었어도 본격적인 반등을 말하긴 이르다"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특히 "3분기엔 건설투자 증가 폭이 상당히 컸지만, 전반적인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단기에 그칠 반짝 상승 요인이어서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중립적인 의견을 냈다. 임 연구위원은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 연간 성장률은 한은이 전망한 2.8%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설비투자는 오랜 기간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다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이서 전반적인 성장 흐름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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