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의 ‘세상살이 23장’
지식인들은 잘잘못을 가리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타인의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것에 익숙하다. 이런 것이 지식인의 태도라는 잘못된 관념이 혹시 이 사회의 갈등을 고질화하고 있는 건 아닐까. 긍업은 긍긍업업(兢兢業業)을 줄인 말로, 조심하고 삼가는 태도이다. 채근담은 지식인에게 두 가지 자질을 요구하고 있다. 신중함과 함께 활달함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철저하고 고집스럽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논쟁의 상대방을 야박하고 매섭게 몰아붙이기만 하지 말고, 숨 쉴 여지를 주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우리 신문사에서 제안하고 있는 ‘갈등경영’과 통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내 주장이 아니면 안된다는 논리, 상대를 꼼짝 못하도록 제압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강박, 이런 것들이 실은 갈등 해결의 오랜 장애물이 되어왔다. 추살춘생(秋殺春生)을 기억하라. 추상(秋霜)같은 ‘원칙과 징벌’로 모든 걸 다 해결할 순 없다. 춘풍(春風)같이 너그럽게 품는 일도 중요하다. 사실 세상의 살아있는 것은, 그 너그러움의 틈에서 자라나지 않던가. 대통령을 비롯한 이 땅의 많은 리더들이 새겨야할 말이리라.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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