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빠진 공백 놓고 與 주류-비주류 힘겨루기 예고편
새누리당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은 5일 오전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대통령이 격앙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며 야당을 밀어붙이는 방식은 아쉬움이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정부조직법이 통과가 늦어져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대통령"이라며 "야당과의 관계 설정을 이렇게 하면 앞으로 5년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와 조 의원을 제외한 발언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총회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상황이 답답해서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 속에 발언한 사람이 없었다"면서도 "조 의원의 발언에 많은 의원들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비박계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인선 결과에 대해서도 비판하며 야당과 협공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를 직접 거론하며 "무슨 고구마 줄기도 아니고 자고 나면 문제 사항들이 하나씩 줄지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이제 그만 용퇴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7선의 정몽준 의원, 5선의 정의화 의원도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친박 지도부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수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새 정부 출범부터 새누리당 일부에서 야당과 비슷한 주장이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며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새 정부를 출범시킨 여당 일원으로서 임기 시작된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1년 3개월 가량 지속돼 온 박근혜 지도 체제에는 큰 공백이 생겼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새누리당 주류와 비주류의 힘겨루기는 4월 재ㆍ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본격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4월 선거의 판이 커지는 상황에서 안철수 전 대선후보까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지형의 변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만일 새누리당이 재ㆍ보궐선거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현재 친박 중심의 관리형 지도체제는 거센 파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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