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흑자행진은 지난 2월부터 8개월째다. 수출이 잘 돼 흑자가 난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수입이 급감하면서 나타나는 흑자는 반길 일이 못 된다. 그만큼 국내 경기가 침체돼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수입 급감은 내수 침체와 생산 부진을 야기한다. 특히 자본재 수입 감소는 기업의 투자 부진으로 연결된다. 더구나 7월부턴 수출ㆍ수입이 동반 감소해 우려를 더한다.
문제는 수출 회복을 기대하기가 한동안 어렵다는 점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글로벌 경기침체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유럽이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의 수출이 위축됐다. 중국에 부품과 중간재를 수출하는 아시아 국가의 수출도 둔화됐다. 빚에 짓눌린 가계가 소비를 줄이는 미국도 세계의 시장 역할을 못한다. 세계 교역의 둔화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곧바로 타격을 가한다.
결국 내수 활성화로 길을 찾아야 하는데, 정부는 회의만 할 뿐 뾰족한 대책이 없고 발표한 시책마저 제대로 실행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선거 등 정치일정을 의식하지 말고 임기 말까지 경제를 잘 챙겨 차기 정부에 바통을 넘겨야 한다. 정치권은 표를 의식한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지 말고 실현 가능한 정책과 비전으로 기업과 가계의 경제심리를 북돋아야 한다. 대선 주자들도 복지와 경제민주화 공약만 외치지 말고 성장의 불씨를 계속 지펴 나갈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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