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전선에 뛰어든 에듀푸어 현실
에듀푸어는 직장으로 내몰리는 이유는 소득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물가상승이 원인이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최저치였지만 초·중·고교생의 학원비는 최대 5.3%까지 뛰었다.
# 경기 화성시에서 살고 있는 주부 김모(32)씨는 두 살짜리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인근 쇼핑센터에서 의류판매사원으로 근무하는 김씨의 근무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저녁 10시까지다. 김씨의 직장과 집까지는 1시간 정도 거리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오전 8시 전에 집을 나서야 한다.
한 달에 2번 정도 쉬기 때문에 주말도 일을 한다. 김씨는 “가끔 아이 얼굴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가장 속상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처럼 고된 여정을 하는 이유는 자녀의 교육 때문이다. 김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한 뒤부터 일을 시작했다. 결혼 전 김씨는 한 중소기업의 회계담당 부서에서 일했지만 출산 이후에는 자신의 적성을 포기했다. 재취업도 힘들었지만 당장 자녀 교육비 문제가 커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주부들이 교육문제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녀의 교육비를 벌기 위해서 ‘반강제적’으로 직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주부 김씨의 사례처럼 자녀 교육을 위해 취업전선을 뛰어들고 있는 저소득층이나 서민층 ‘에듀푸어’가 현실화 되고 있는 중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국내가구의 교육비 지출 구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도시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교육비는 1990년 5만원에서 지난해에는 30만4000원으로 6배 늘어났다. 소득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5.3%에서 12.6%로 커졌다. 이 가운데 자녀 교육 지출이 있는 가구는 3%며 교육비를 평균 이상 지출하는 가구는 28.5%로 나타났다. 가계지수는 이미 계속 적자지만 교육비 지출은 꾸준히 늘고 있는 셈이다.
일반가구는 평균 가계지출의 18.1%를 교육비에 사용했지만 에듀푸어는 28.5%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지출하는 월 평균 교육비는 유치원·초등학생 84만8000원, 중·고등학생 81만1000원, 대학생이 88만5000원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에듀푸어의 공통적인 특징은 교육을 제외하고 음식, 교통, 통신, 보건 등에서는 평균 이하의 소비를 하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아껴서 교육비로 투자하는 셈이다.
에듀푸어는 공교육과 사교육에 대한 과도한 부담도 한 원이지만 무엇보다 물가상승률에 비해 소득수준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이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사교육비와 무관치 않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가구의 교육비는 지난해 1분기 월평균 12만5000원이었지만 경기침체 영향으로 올 1분기에는 월평균 9만7000원으로 줄었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교육비 66만8000원으로 7분에 1수준이다.
문제는 물가상승률 축소와 경기침체에도 학원비 상승세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32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초등학생 학원비는 4.7%, 중학생은 5.3%, 고등학생은 5.0% 뛰었다. 소득이 줄면 각종 소비는 줄어들지만 소득하위 20% 가구의 학원비 등은 예외로 적용됐다. 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는 “소득이 낮아도 아이에 미래를 투자하는 것이 지금 부모들의 현실이다”며 “저소득층 일수록 이런 교육적인 혜택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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