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샷, 세컨드 샷은 모두 잘 치시지만 벙커에만 들어가면 "아이구, 아이구"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홀마다 벙커에 볼을 쏙 집어 넣으셔서 그 힘든 탈출을 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다니셨죠. 아무래도 벙커에 넣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큰 긴장감을 만들어 또 다시 벙커 샷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몇 번을 그렇게 고객님 목소리와 헤드만 보이길래 걱정이 돼서 벙커로 내려가 고객님을 살펴보았습니다. "고객님 괜찮으세요? 그냥 올려놓고 치세요"라고 말씀드리자 고객님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힌 상태로 "언니~"라고 애타게 부르셨습니다. "언니, 이 볼 국자로 퍼 올렸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이해가 갔지만 야속한 벙커는 계속 고객님을 괴롭혔죠. 고객님께서 벙커샷을 계속 하실 때 마다 진짜 "카트에 국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주 큰 국자로 국에 든 감자 푸듯이 가볍게 퍼내면 얼마나 좋을까요.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