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구직자는 취업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한다. 학점, 어학연수, 필기시험, 면접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는 분야가 있다. 바로 '관상면접'이다.
대기업을 비롯해 적지 않은 기업들이 암암리에 관상면접(본지 9월6일자 참고)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1일 서울 초동 본사에서 모의 관상면접을 진행해 봤다. 매년 관상면접관으로 활동 중인 윤광희 피플비즈넷 대표와 현재 대학원생인 김선정(26)씨가 면접에 참여했다.
이날도 윤 대표는 면접 전 김씨의 기초자료를 토대로 김씨가 어떤 사람인지 마음속에 그려 보았다. 윤 대표에 따르면 김씨는 집착이 강한 성격에 자기 주관이 철저한 사람으로 파악됐다. 남들이 자신을 칭찬해 주는 것은 좋아하는 반면, 비판이나 지적에는 날카롭다. 표현을 잘 안하고 속내를 숨기는 편이다.
이렇게 완성된 자료는 관상면접 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실제 면접장에서 얻어진 분석자료와 사전 분석자료를 종합해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관상면접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일관성을 찾는 것이다.
◆"첫 인상은 물론 입술ㆍ콧대까지 본다"=윤 대표는 김씨를 보자마자 "상이 참 좋다"고 했다. 김씨는 피부가 하얗고 얼굴이 둥근형이다. 윤 대표의 얼굴형 분류에 따르면 김씨는 '인정(人情)형'이다. 인정형은 세상만사 무리하지 않고 둥글게 사는 형이다. 사교적이고 친절하며 동정심이 있다. 단점은 일에 대한 순서가 체계적이지 않아 약속을 어길 수 있다는 점이다.
윤 대표는 전체적인 관상뿐 아니라 얼굴 부분부분도 관찰했다. 김씨의 귀는 얇고 짧다. 윤 대표는 이를 가리켜 "귀는 일종의 덕을 나타낸다. 귀가 짧으니 참을성이 부족할 수 있겠다"고 분석했다.
김씨의 눈썹은 직선형인 듯 보이지만 끝 부분이 밑으로 처져있다. 활동적이지 않고 분석적이지도 않다고 볼 수 있다. 윤 대표는 "겉으로는 순응하는 듯 보이지만 때론 반항하는 성질도 있다"고 했다.
입술은 뭉툭하지 않고 얇다. 입술이 얇으면 소화력이 약할 수 있다. 술자리가 이어지는 회식자리에 적응이 힘들 수 있다는 소리다. 김씨의 콧대는 직선형이다. 윤 대표는 콧대와 눈 사이의 거리를 가만히 보더니 "자기감정을 잘 표출하지 않는 형"이라고 해석했다.
◆"지원자와 문답도 주요 판단잣대" = 지원자와의 문답도 중요한 판단잣대가 된다. 관상면접관이 파악한 내면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윤 대표는 김씨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Q:어떤 경우라도 부모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A:진로 문제는 최대한 부모님 의견을 따를 생각이다.
Q:싫어하는 사람은 어떤 유형인가. (배려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답하자) 합격하고 보니 상사가 배려심이 없다. 어떻게 할 건가? 따라가겠는가?
A:따라갈 부분에서는 따라가겠다.
진로 문제를 부모님 뜻에 맡긴다고 답한 것은 자신이 택한 직장에 대한 애정도와 연결될 수 있다. 능동적이 아닌, 수동적으로 미래를 결정하고 행동한다는 느낌을 준다.
만약 사전조사에서 '우유부단하다'는 분석이 내려진 지원자라면 더 안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이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려심 없는 상사라도 따라가겠다고 답한 부분을 두고 윤 대표는 "김씨처럼 자기 주관은 있는데 윗사람 말에 무조건 따르면 일에 대한 의욕도 없어지고 스트레스만 쌓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좋지 않은 답변이었던 셈이다.
◆면접 후 평가=김씨는 공무원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우선 김씨가 통번역 업무를 택한 것은 잘한 선택이다. 전문영역으로 가면 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택해야 한다. 본인도 그걸 원한다.
김씨는 집착심이 강하면서 표현을 잘 안하고 속내를 숨긴다. 자신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만드는 유형이다. 혼자서 하는 업무는 곧잘 할 수 있을지 모르나 팀 업무에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고위공무원은 리더십이 필요한 직업인 만큼 그에 대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면접관에게 강조할 필요가 있다.
면접 평을 들은 김씨는 "관상이나 자세, 태도 등을 통해 대상자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관상면접에 잘 임하기 위해서는 평소 인상과 분위기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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