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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피플&뉴앵글]출퇴근 시간의 슈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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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줄지어 늘어선 조끼들. '조끼'는 쓰리 인 제도가 시행되는 러시아워에 시내 중심도로에서 승객으로 가장하고 돈을 받는 사람들이다.

길거리에 줄지어 늘어선 조끼들. '조끼'는 쓰리 인 제도가 시행되는 러시아워에 시내 중심도로에서 승객으로 가장하고 돈을 받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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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교통대란은 지구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역시 마찬가지다. 출퇴근 시간 때면 시내 어딜 가도 꽉 막혀 있다. 하지만 눈치없이(?) 군데군데 뻥 뚫린 도로도 눈에 띤다.

왜 그런 것일까? 바로 '쓰리 인 원(3 IN 1)'이라는 제도가 적용되는 도로들이기 때문이다. '쓰리 인 원'제도는 출퇴근 시간(오전 8시~ 9시, 저녁 4시~ 7시)에 시내에 들어오기 위해선 꼭 3명 이상이 차에 타고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차량 주인들은 막힌 길로 시내를 들어가지 않으려면 무조건 2명을 차에 더 태워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생겨난 신종 아르바이트(이하 알바)가 있으니, 바로 '조끼(joki)'다. '조끼'는 쓰리 인 원 제도가 시행되는 러시아워에 시내 중심도로에서 승객으로 가장하고 돈을 받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꼭 3명 이상 태워야 하는 차량 주인과 돈을 벌고픈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생겨난 알바인 셈이다.

조끼들은 출퇴근 전쟁에서 구원해주는 '구세주'로 묘사되기도 한다. 필자도 조끼 알바를 한 적 있는데, 그때 차량 주인이 "출퇴근 시간엔 슈퍼맨, 배트맨보다 조끼가 더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를 건네, 크게 웃은 적 있다.

조끼들은 출퇴근 시간에 맞춰 '쓰리 인 원'제도가 시행되는 도로 앞에서 손을 내밀고 서있다. 조끼 알바에도 목이 좋은 자리가 있는데, 바로 시내로 넘어오는 입구다. 이 자리에 서서 검지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 올리면 '백발백중(百發百中)'이다. 검지 손가락를 드는 것은 자칫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과 헷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량이 다가오면 본인의 신분을 밝힌 뒤, 목적지와 가격을 흥정하고 탑승하면 끝이다.

조끼에도 인기 순위가 있다. 아기를 안고 있는 아주머니는 항상 선호도 1위다.

조끼에도 인기 순위가 있다. 아기를 안고 있는 아주머니는 항상 선호도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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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끼 알바는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 단, 용모는 단정해야 한다. 차량 주인 입장에선 아무리 급해도 험상궂은 사람을 함부로 태울 순 없을 테니까 말이다. 물론, 인기 순위가 있다. 아기를 안고 있는 아주머니는 항상 1순위다. 아기 어머니를 태우면 한번에 2명이 해결되는 데다, 안전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그 다음으로 젊은 여성과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을 선호한다. 반면, 남자 조끼들은 차량 주인들이 안전상의 이유로 꺼려한다. 조끼 알바를 하면 일반적으로 기본 거리에 2만 루피(RP, 한화 약 2500원)~ 3만 루피(한화 약 3700원)를 받는다. 운이 좋아 가려는 목적지가 같은 사람을 만날 경우엔 교통비도 굳는다.

인도네시아에 처음 온 사람들은 길거리에 늘어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유명 인사가 오는가 보다'라며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궁금해 할 것 없다. 이들은 단지 열심히 알바를 하는 것일 뿐이니까.

한편, 자카르타 출퇴근 교통체증 시간엔 조끼 외에 또 하나 진풍경이 있는데, 바로 '인간 전철'이다. 이는 서민들이 전철에 매달려 타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이들은 모두 무임승차다. 때문에 전철이 역에 도착하자마자 철로로 바로 뛰어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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