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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담

수담

연재기사 50

수담(手談)은 말이 없이도 뜻이 통한다는 의미로 바둑 또는 바둑을 두는 일을 의미합니다. 바둑을 둘러싼 인물과 사연을 토대로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내용의 연재 칼럼입니다.

과거에 묶인 자, 미래를 두는 자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관계의 곡선은 언제든 변한다. '1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시간을 거스르는 상상이 부질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해도 결과를 보증할 수는 없다. 결과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선택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만든다. 특정 시점의 선택은 하나의 변수일 뿐이다. 삶이 예정된 결과물의 이어짐이라면 그런 인생은 과연 행복할까. 정해진 움직임을 이어가는 기계의 삶과 무엇이 다르

2026.04.30 11:00

고통의 독방 속으로

바둑에 깊이 빠져들면 어느 순간 '고통의 독방'에 들어선다. 승부에 과도하게 몰입한 결과다. 이기고자 하는 욕망이 지나치면 인간성의 경계를 시험받는 순간이 찾아온다. 평온한 표정 뒤에 숨겨져 있던 섬뜩한 본능이 고개를 든다. 타인의 공간을 빼앗으려는 욕망이 이성의 선을 넘으면 어둠의 자아가 모습을 드러낸다.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자신의 또 다른 얼굴. 상대를 극한으로 몰아넣고, 살기 어린 공격을 퍼붓는 냉혹한 승부

2026.04.03 11:00

반상에 놓인 요석처럼 단단한 정치

프로 바둑기사는 결과로 자기를 증명한다. 이름 뒤에는 기록이 꼬리표처럼 늘 따라붙는다. 특히 누적 상금은 바둑 인생의 훈장이다. 대한민국에서 바둑 누적 상금 100억원을 돌파한 인물은 세 명에 불과하다. 신진서 9단은 지난 6일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한국 우승을 견인하며 '1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바둑 랭킹 사이트인 고레이팅스(GoRatings)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 세계 랭킹 1위가 바로 신

2026.02.27 11:00

'철의 수문장' 녜웨이핑 9단

'철의 수문장'이 세상을 떠났다. 중국 프로바둑 기사 녜웨이핑 9단이다. 한국 바둑 팬들에게는 섭위평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 영결식장에 슬픔과 안타까움이 스며들었다. 한 시대와의 헤어짐을 준비하는 시간. 바둑의 전설들이 그를 배웅했다. 녜웨이핑의 50년 지기 친구, 조훈현 9단도 그곳에 있었다. "다음 세상에 다시 만나 바둑 한판 두자." 조훈현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2026.01.23 13:00

새해의 첫 수는 자기 진단이다

해의 바뀜은 전환점이다. 낡은 것을 뒤로하고, 새로움을 취하는 시간. 더해지는 것은 나이만이 아니다. 삶의 희망 또한 복원된다. 다시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감. 더함의 단맛을 상상하며, 새해를 기다리는 이유다. 누구에게나 출발선의 기회를 부여하기에 새해의 시작은 설렘을 동반한다. 응어리진 상념의 찌꺼기를 걸러주는 과정이 있어야 새로움을 충전할 공간도 생겨난다. 바둑에서 새해는 인연의 더해짐을 의미한다. 지

2025.12.19 11:00

마음으로 빚어야 집이 견고해진다

마음가짐이 결과를 지배한다는 말, 바둑에도 어울리는 얘기다. 상대의 수를 얕잡아 보고 대국에 임하면 그물은 엉성해진다. 대어는커녕 작은 물고기 한 마리도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의 역습에 고전하며 서서히 전세가 기운다. 언제든 역전하리란 생각이 앞서니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지도 못한다. 변에 집을 지으려 할 때, 두 칸 벌림이 적당한데 네 칸 벌림의 만용을 부리면 자기 집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 허술해질 뿐

2025.11.14 11:22

정치의 칼춤, 삶의 지문으로 남는다

바둑 기보(棋譜)에는 삶의 지문이 묻어난다. 욕망의 일렁임이, 간절함의 여운이 그리고 아쉬움의 흔적이 담긴다. 정작 돌을 놓을 때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바둑 인생은 반상(盤上)에 새겨진 기록의 축적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을 깨달을 즈음, 바둑 인생 황혼을 넘어섰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대국에 임하는 숨소리 하나에도, 몸짓 하나에도 사연이 깃들어 있다는 것

2025.10.10 11:28

상생의 동반자, 페이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의 사전적인 의미는 마라톤이나 자전거 경주 등에서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드는 선수다. 기록 종목에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은 중요하다. 초반부터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해 주면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확보하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다. 홀로 선두를 질주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페이스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마음이 느슨해질 수 있고, 거꾸로 마음만 급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자기가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 가늠하기조차

2025.08.29 11:19

바둑도 계절이 있다

움직임이 경쾌한 바둑이 있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가벼운 행마. 부담을 덜어내니 군더더기가 사라진다. 거침없이 뻗어가니 상대는 당황한다. 어설픈 덫을 준비한 상대는 망연자실. 초라한 자기 모습만 확인할 뿐이다. 싱그러움이 살아 숨 쉬는, 봄기운 같은 바둑.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미소를 띠게 하는 그런 바둑을 계속 두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행복 아닐까. 강렬한 태양의 뜨거움이 느껴지는 바둑도 있다. 이글이글

2025.07.23 11:33

반상(盤上)에 무의미한 돌은 없다

한판의 바둑에도 역사가 녹아 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반전의 묘수, 승리의 결정타도 있지만 아쉬움을 남기는 후회의 한 수도 있다. 대국이 끝나면 반상(盤上)에 놓인 돌은 다른 처지에서 평가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종착 지점의 처지가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이분법의 세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게 있다. 누군가는 승리하고, 패배하겠지만 그 결과에만 집착하면 이야기는 단선적이다. 역사에 비견할 드라마틱한

2025.06.1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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