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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日 '국채 무제한 매입정책' 연말 폐기 전망…오피스빌딩의 잿빛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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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YCC, 7·10월 연달아 수정
시장 "긴축 여력 다했다" 판단
BOJ, 올해 리츠 매입 한번도 안 해
ETF 매입 축소 변화도 정책변화 시사
전문가들, 내년 4월 정책변화 시사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본 금융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10년간 이어온 완화적 통화정책의 종말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투자자들이 발빠르게 투자전략 변화를 가져간 결과다. 물가가 2% 넘는 상승세를 기록하는 가운데, BOJ가 지방은행들의 건전성을 우려하는 등 다양한 시그널을 종합해보면 BOJ의 기조 변화가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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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 YCC 수정, 사실상 정책 수명 다해…이달 철폐 가능성

BOJ가 지난해 말부터 1년에 걸쳐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수정한 것은 기조 변화의 첫 번째 시그널로 꼽힌다. YCC는 장기금리에 상·하한선을 두고 한도 없이 국채를 매입하는 정책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이미지출처=블룸버그]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이미지출처=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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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는 지난 2016년 정책 시행 이래 약 6년만인 지난달 12월 장기금리 변동 허용 폭을 0.25%에서 0.5%로 상향하며 세 번째 정책 수정에 나섰다. 이후 6개월이 지난, 올해 7월에는 장기 상한선을 0.5%로 유지하면서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서 1%까지는 금리 상승을 용인하겠다고 정책을 수정했다. 1% 넘어서는 시점부터는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 금리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1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할 기미가 보이자 지난 10월 다시 정책 수정에 나섰다. BOJ는 금리가 1%가 넘어도 시장에 동향에 따라 일정부분 용인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시장은 지난 1년여간 이어진 BOJ의 YCC 수정작업을 두고 BOJ의 긴축 여력이 다했다고 판단했다. 그간 BOJ가 장기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낮추기 국채를 매입해왔다. 하지만 국채 보유 비율이 53%까지 치솟으면서 더이상 무제한 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정책 수정에 나섰다는 것이다. 금리가 1%를 넘어도 허용하겠다며 정책을 바꾼 것은 사실상 YCC 정책의 끝을 선언한 것이란 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YCC 정책 철폐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이와 증권의 스트래티지스트 사토 카즈야는 "BOJ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완화정책을 탈피하기 위한 길을 점진적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며 "빠르면 이달 BOJ가 YCC 정책 종료를 선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매입, 증시 랠리에 주춤…디플레 탈출 성공 시그널

BOJ가 올해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J-리츠) 매입 규모를 줄였다는 점도 BOJ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신호로 읽힌다.


BOJ는 지난해 6월 마지막 리츠 매입에 나섰다. 올해는 한 번도 매입에 나서지 않았다. BOJ가 리츠 매입에 나서기 시작한 2010년 이래, 한 차례도 자산을 매입하지 않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ETF도 실리콘밸리은행(SVB) 발 금융위기가 확산했던 지난 3월과 10월에 걸쳐 2103억엔을 매입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매입액이 4907억엔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자산 매입 규모가 대폭 줄었다.

일본은행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일본은행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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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는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의 일환으로 장기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양적완화와 함께 ETF와 같은 자산을 매입해 주식시장에 개입하는 질적 완화, 두 가지 방식을 취해왔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과 증시를 살리기 위한 조치다. BOJ의 연간 ETF와 리츠의 매입 한도는 각각 12조엔, 1800억엔 정도다. 중앙은행이 직접 주식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세계에서도 전례 없는 일로, 지난 3월 기준 BOJ는 일본 ETF와 리츠 시가총액의 각각 8%, 4.5%를 보유하고 있다.


BOJ가 자산 매입 축소는 일본 시장의 부활을 뜻한다. 오랜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벗어나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으로, 더이상 금융완화정책을 통해 돈을 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30년간 제자리를 맴돌았던 물가가 18개월 연속 BOJ의 물가 목표치인 2%를 넘게 상승하고 있으며,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증시는 일본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일본 SMBC 닛코 증권 시니어 애널리스트인 토라이 유시는 "현재 부동산 가격도 높이 뛰었기에 지금 시점에서 BOJ가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러 리츠를 매입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현재 인위적으로 자산을 매입하는 정책 펼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BOJ 내부에서는 자산매입 프로그램 종료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지난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YCC 정책과 자산매입 프로그램 종료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BOJ, 은행에 금리리스크 관리 주문…정상화 충격 여파 최소화

시장은 BOJ가 금융권을 중심으로 완화정책 종로시 발생할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최근 한 외신이 개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일본의 금융사들이 BOJ가 금융정책 정상화에 나서도 일정 수준 이를 견딜 여력은 있다면서도 "(금융사마다)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주요 외신은 BOJ가 지방은행과 신용금고를 대상으로 금리 리스크 관리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금융 정상화에 따른 금리 변동으로 금융권에 큰 충격이 가해질 수 있으니 경각심을 가지라는 주문이다.


BOJ의 금리 정상화에 따라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경우 은행들이 입을 손실을 우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에 나서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기에, 금융권의 손실은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른 우려가 확대될 경우 지난 3월 미국에서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의 뱅크런 사태가 일본에서 재현될 수 있다. 이 경우 일본 금융권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으니, 각 급 은행들이 미리 금리 정상화를 준비하라는 것이 우에다 총재의 주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지방은행은 지난 7월 BOJ가 장기금리 변동 폭 상한을 사실상 1%로 끌어올리면서 채권손실이 급격히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말 기준 일본의 97개의 지방은행이 채권 투자에서 입은 미실현 손실은 2조8000억엔(24조5400억원)으로, 지난 6월 말에 비해 70%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 내년 4월에 정상화 전망…투자자, 상업용 부동산 발 빼

시장은 벌써부터 BOJ 움직임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던 해외 자본들이 일본 탈출에 나섰다. 초저금리와 엔저를 기반으로 부동산을 매입했으나, 금리 정상화에 따른 비용 부담 확대가 시작되기 전에 일찌감치 자산을 정리에 나선 것이다. 해외투자자들은 올 초부터 지난 9월까지 1조500억엔의 부동산을 매각하며 4년 만에 처음으로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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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금융 전문가들은 내년 4월을 정책 변화 기점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가 지난 9월 이코노미스트 46명에게 BOJ의 금리 정책 변화 시기를 물어본 결과, 현재부터 내년 4월까지 금리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전체의 39%를 차지했다. 내년 4월을 정책 변화 시점으로 본 응답자는 28%로 가장 많았으며 1월과 3월을 예견한 응답도 각각 9%, 2%에 달했다. 11%의 응답자는 6월을 찍었다.


니혼게이자이는 "BOJ가 금융 정상화에 돌입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완화정책에 기댄 해외 자본의 투자 양상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며 "주택을 포함한 일본의 전체 부동산 투자는 견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해외 자본이 투입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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