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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치솟는데 전기요금 인상 '0원'…정치논리 앞세운 '전기료 폭탄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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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관리 이유로 인상 막은 정부…올 한전 부채 142조 눈덩이
"국민 1인당 年 4만원 추가 부담…차기 정부에 부담 미룬 직무유기"
OECD 최저 수준 전기료 현실화 시급

연료비 치솟는데 전기요금 인상 '0원'…정치논리 앞세운 '전기료 폭탄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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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정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결정하며 내세운 논리는 물가관리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국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요금을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에는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치적 결정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초부터 시작된 연료비 급등에도 불구하고 정치 논리를 앞세워 1년간 전기요금을 한푼도 올리지 않으면서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모든 손실을 뒤집어쓰게 됐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에너지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폭탄 돌리기까지 가세하면서 한전의 적자,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공기업의 부채는 결국 국민 몫이라는 점에서 차기 정부와 미래 세대가 짊어질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연료비 뛰는데…한전 적자 확대=20일 업계에 따르면 원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가 급등하고 있다. 두바이유 가격은 2020년 배럴당 42.3달러에서 올해 1~10월 81.6달러로 1년도 안돼 93% 뛰었다. 석탄은 뉴캐슬탄 기준으로 같은 기간 t당 60.4달러에서 227.5달러, LNG 현물은 한국·일본이 도입하는 시세(JKM) 기준 MMBtu당 4.4달러에서 36달러로 각각 277%, 718% 치솟았다.

한전의 연료비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 9~11월 석 달 간 평균 연료비는 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 대비 61.6% 올랐다. 한전이 가계·기업 등 소비자에게 전기를 판매하기 위해 발전사 등으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도매가격(SMP) 또한 지난해 11월 1kWh당 49.8원에서 올해 12월1일 148.67원으로 1년새 3배 뛰었다.


그러나 한전은 올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전기요금을 1원도 올리지 못했다.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 후 처음으로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3원 올렸지만 이는 앞서 1분기 kWh당 3원 내린 것을 원상복귀한 것에 그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공공물가 인상 억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기료 동결로 한전의 재무부담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한전의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9337억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 5716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2분기엔 -7648억원, 3분기 -93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1년도 안돼 1조원 흑자에서 1조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한전은 내부적으로 올해 영업손실 규모 3조8492억원, 발전 자회사 실적을 뺀 한전만의 손실 규모는 4조384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기요금 동결에 배임 논란커질 듯=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료 인상을 억누르고 있지만, 한전의 재무 상황을 악화시켜 결과적으로 국민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조삼모사' 정책에 불과하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전은 올해 부채가 142조원을 돌파하고 이자비용은 연간 2조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한다. 이자비용만 하루 57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김종갑 한전 전 사장은 "전기요금의 경우 한전은 적자 누적으로 70조원을 차입해 국민 1인당 140만원의 부채를 지고 있고, 지난해 2조원의 이자를 물어 국민 1인당 연간 4만원의 추가 부담을 지웠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통제하려면 국민들에게 나중에 차입 원리금까지 포함해 더 많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기후환경비용 부과로 한전의 부담을 급속도로 늘려 놓고, 원가 상승폭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전기요금 인상을 막는 건 정부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전기요금 동결이 한전의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배임 행위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한전은 정부가 지분 51.1%(산업은행 32.9%·정부 18.2%)를 가진 공기업이지만 동시에 민간 투자자도 지분을 보유한 상장기업이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전기요금 동결에 따른 집단소송을 예고한 상태로 정부 역시 배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각에서는 터무니 없이 낮은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전기요금은 주거부문의 경우 MWh당 102.4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번째로 낮다(2019년 시장환율 적용). 산업부문은 94.8원으로 OECD 국가 중 12번째로 저렴하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탄소중립 가속화로 향후 관련 투자 및 비용이 늘어나고, 전기화가 빨라지면 한전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한전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전력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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