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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이산가족, 더 늦기 전에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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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코로나19로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망향경모제가 개최되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온라인 망향경모제’ 체험 영상을 제작해 실향민 이산가족들께 보내 드렸는데, 영상 인터뷰에 참여한 93세 어르신의 말씀이 마음을 울렸다. 어르신께서는 망향경모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해마다 임진각을 찾아 북녘의 부모님과 ‘일 년에 두 번, 무언(無言)의 상봉’을 해오셨다고 한다. 어르신은 "내년에는 고향에 가겠지, 내후년에는 가겠지, 그런 기대 속에 흐른 세월이 70년이 넘었다"고 했다. 헤어진 가족을 만나고 그리운 고향에 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이산가족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70년 기다림을 뒤로하고,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실시된 제3차 이산가족 실태조사에서도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과 절박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전수조사는 이산가족 찾기를 신청한 13만 3417명 중 생존해 계신 4만 70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생존자 중 80세 이상이 65.4%를 차지하며 그 중 절반이 90세 이상이다. 남북한 인구의 기대수명 격차까지 감안하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이산 1세대가 대면 상봉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5년 정도로, 사실상 마지막 대면 상봉의 시점에 진입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산가족 5354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82%가 북측 가족의 생사조차 모르고 있다.

2016년 실시한 제2차 실태조사와 비교하면 생사 확인·대면 상봉 등을 희망하는 응답 비율이 10%가량 하락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강해졌다. 그런데 북측 가족이 사망하더라도 가능한 ‘고향 방문’을 희망하는 응답 비율은 8% 이상 상승했다. 이는 이산 1세대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북측 가족이 살아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이산 2·3세대의 91%가 ‘자손 세대간 교류’를 희망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1세대 사후에도 이산가족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성묘·고향 방문 등을 통해 후속 교류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물론 최우선 과제는 1세대의 직접 상봉이며, 정부는 남북이 합의하면 언제라도 상봉을 실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도 그러한 준비의 일환이다. 정부는 고령화 및 코로나19 상황에 적합한 비대면 교류 방식인 화상상봉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영상편지 제작 사업도 지속하고 있다. 미상봉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다양한 위로·지원 사업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전하고 국내외 공감대를 확산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남북관계 교착 국면과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산가족 상봉의 시간도 멈추어 있다. 그러나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주의 중에서도 가장 앞서는 인도주의 문제이자, 인권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인권에 해당하는 인륜과 천륜의 문제다. 남북 모두가 이산가족 당사자와 같은 절박한 심정으로 이산가족 문제를 대함으로써, 어떠한 방식으로든 하루빨리 만남이 재개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기 어려웠던 2021년이 저물어간다. 가족이 한층 생각나는 연말연시에, 국민들께서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마음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

조중훈 통일부 인도협력국장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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