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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 '덕질'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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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 '덕질'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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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한가롭게 TV 리모컨으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문득 한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귀에 꽂혔다. 자막을 보니 익히 아는 유명한 트로트 중견 가수의 댄스곡인데, 원래 알고 있던 이 곡과 도무지 연결이 되질 않았다.


쿵~쿵 심장 뛰는 소리 같은 박자 위에 얹힌 호소력 깊은 목소리가 귀로 머리로 콕콕 전달되며 이 곡의 가사가 이리도 의미가 깊은 것이었는지 처음으로 알게 만들었다. 참으로 놀라운 이 재주꾼이 도대체 누구야 하며 찾아 보니 길거리에서 홀로 노래를 부르는 영상부터 최근 5, 6개월 사이에 나온 어마어마한 조회수가 달린 동영상들까지 꽤나 쏠쏠하게 많았다.

매일 밤 유튜브로 이 가수 관련 영상을 찾아 다니며 듣고 보느라고 잠이 날아가 버렸다. 전화기 배터리 충전이 바빠졌다. 출퇴근 때 사용하려고 블루투스 이어폰까지 주문했다. CD만 알던 내가 덜컥 음악 플랫폼 이용권을 결제하고 아무나 붙들고 "그 가수의 음악이 이래서 혹은 저래서 정말 좋아"라고 계속 말하고 있질 않은가. 스스로 걱정이 돼 아들에게 물어봤더니 이게 바로 '덕질'의 시작이란다.


'덕질'의 뜻을 찾아봤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에 심취해 그에 대한 것을 모으거나 찾는 행동을 뜻한다고 한다. 덕질의 주체인 덕후는 일본의 오타쿠와 비교해 사회 교류에 적극적인 아마추어 전문가로서 세분화된 전문성으로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성과 깊이가 특징일뿐더러,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고 전파시키는 유행 선도자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비를 주도하기도 하는데, 특히나 한국의 덕후는 경험을 중시하며 소통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특성이란다.


문득 50여년 전 중학생일 때 영국의 팝 가수 클리프 리처드가 내한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 시절 너도 나도 '더 영 원스'를 콧노래로 부르고 있을 정도로 클리프 리처드는 인기가 높았다. 주변 친구들 중 몇몇이 공연장을 다녀왔다. 공연 중 관람 여중생들의 떼창과 함성으로 열광하다가 기절한 친구도 있었다.

인기 절정의 외국 가수 공연 현장에 엄청나게 비싼 티켓 가격을 지불하고 갈 수 있었던 친구들이 조금 부럽긴 했으나, 도대체 기절은 왜 하는지 필자는 의아해할 뿐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니 그 소녀들은 참으로 대단한 덕후이자 팬덤이었구나 싶다. 그 시절을 포함해 누군가에게 열광할 일은 전혀 없었던 필자에게 2021년 이 시점에, 이 나이에 한 가수에게 푹 빠져 보낸 지난 한 달은, 덕질로 인해 잠이 부족해 피곤하긴 하지만,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그의 영상을 틀어 보고 그의 음악을 듣는 것 말고, 무언가 할 일이 없을까 하는 고민까지도 생겼다. BTS의 팬덤 '아미'는 기부도 하고 사회적으로도 선한 일에 영향을 주곤 하지 않던가? 더불어 사는 사회에 함께 긍정적인 에너지를 모아 가려면 덕질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찾아봐야겠다.


한 명의 가수의 팬이 되거나 진정한 덕후가 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나보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그러나 그의 팬이 돼 행복하다.


백현욱 분당제생병원 임상영양내과 바이오메디컬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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