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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제정 1년…해외로 망명한 홍콩인들의 엇갈린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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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470명 망명 신청
승인 절차 까다로워…대기하는 동안 생활고 문제도
망명에 성공한 이들은 “생존자의 죄책감” 느껴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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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제가 이곳(대만)을 떠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테디(가명)가 지난해 홍콩에서 작은 구명보트를 타고 약 600km 떨어진 대만으로 가는 여정에 올랐을 때만해도 그가 대만을 떠나 몇 개월 후 미국에서 망명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홍콩 내 반란, 반역, 테러 행위 등을 강력히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직후 홍콩을 떠나게 됐다. 앞서 그는 2019년 홍콩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직후 홍콩 당국으로부터 기소됐으며 최대 8년형의 징역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여 있었다.


힘든 여정을 마치고 대만에 도착한 그는 대만 당국에 합법적 체류를 요청했다. 그는 대만으로 온 수많은 홍콩인들 중 한 명이며 이들 대다수는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가족들과 연락을 끊을 정도로 홍콩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숨어 지내는 상황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한 대만 언론이 이들의 탈출기를 보도하자 상황이 반전됐다. 대만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적 충돌 우려에 이들 모두에게 대만을 떠날 것을 지시한 것이다.

그리고 올 1월, 테디는 대만이 발부한 인도주의적 비자를 통해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후 미국 당국에 망명을 요청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모습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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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디는 이처럼 홍콩을 떠나 다른 나라로 망명을 간 수백여명의 시민들 중 한명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금까지 470명의 홍콩인들이 타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이들이 망명을 신청한 국가는 호주(305명), 영국(121명), 캐나다(21명), 미국(15명), 독일(3명), 뉴질랜드(5명 이하) 등이다.


영국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의 중국연구소장 스티브 창은 “이들 서양 국가가 수백여명의 홍콩인 망명 신청을 받아들이려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서방권 국가들이 홍콩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홍콩보안법 시행 후 지금까지 100여명이 넘는 야권 운동가들이 체포됐으며 민주화 운동의 핵심 인물 중 최소 20명이 넘는 인물이 홍콩을 떠났다.


19세 소피아(가명) 역시 이들 중 한 명으로써 현재 영국 정부의 망명 승인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중이다. 그는 망명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엄격한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그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고 호소한다.


소피아가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바로 그가 실제로 망명을 신청해야 할 상황임을 영국 정부에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소피아는 홍콩에서의 민주화 운동 활동 내용을 상세하게 알려야만 망명이 필요하다는 급박한 상황임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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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9년 당시 민주화 시위를 주도했던 활동 내역을 기록한 사진이나 영상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심사 절차 통과는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현재 영국의 한 대학교로부터 조건 없는 입학을 제안 받아 영국에 체류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막대한 등록금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정도라고 호소한다.


특히, 그가 망명을 승인받은 상태가 아니어서 직업을 가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소피아는 “나 말고도 많은 망명 신청자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불평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영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한 121명의 홍콩인들 중 단 3명 만이 승인을 받았다. 7명은 기각됐으며 20명은 신청을 철회했다.


망명 지위를 얻는 데 성공한 홍콩인들도 심리적 압박감이 없지 않다.


영국에서 홍콩 민주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핀 로는 망명자들이 겪는 문제에 바로 “생존자의 죄책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망명에 성공한 이들이 자신들이 운이 좋았다는 점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들이 이러한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바로 홍콩 민주화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선 로

네이선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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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홍콩 내 반중 성향의 민주파 의원으로 활동한 후 현재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네이선 로는 “내 친구들이 감옥에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며 “지금 우리가 여기(영국)에서 하고 있는 일은 우리 모두 홍콩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여정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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