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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지정 피한 김범석 쿠팡 의장…공정위 "외국인 지정 전례도 실효성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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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021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 발표

쿠팡, 대기업집단으로 신규지정…동일인은 쿠팡㈜
공정위 "외국인 총수 지정 전례 없고, 현행법상 외국인 규제 어려워…제도개선 할 것"

(자료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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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총수(동일인) 지정을 피한 것은 김 의장이 '검은 머리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고,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쿠팡 사례를 계기로 동일인 지정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29일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쿠팡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다. 자산총액이 5조7750억원으로 지정 기준인 5조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규모내부거래·비상장회사 중요사항·기업집단현황 등의 공시 및 신고 의무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쿠팡의 경우 김 의장이 아닌 쿠팡㈜가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사익편취 규제는 피하게 됐다. 다만 쿠팡이 제출한 자료와 공정위가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시점에서 김 의장 개인이 가지고 있거나 또는 친족이 갖고 있는 국내 회사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한국의 법에 의해서 설립되고 한국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집단 쿠팡을 김 의장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이 명백하다"며 "다만 국내 법에 의해 새로운 의무와 또 형벌의 제재대상이 되는 동일인을 (누구로) 지정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는 다른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의 사례에서 국내 최상단회사를 동일인으로 판단해온 점과 현행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이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에 미비한 부분이 있는 점, 김범석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쿠팡 주식회사를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현재로서는 계열회사의 범위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쿠팡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예견됐었다. 앞서 쿠팡LLC(현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쿠팡LLC의 2020년 기준 총자산은 50억6733만달러(약 5조6100억원)다. 관건은 쿠팡을 지배하고 있는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느냐'였다. 논란은 공정위가 사무처가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되 총수 없는 기업집단 즉, 쿠팡㈜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방침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김 의장이 미국 국적자라는 이유로 총수로 지정하지 않는 것은 특혜라는 주장과 그동안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사례가 없고, 외국인의 경우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아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맞섰다. 결국 공정위는 이례적으로 지난 21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김 의장의 총수 지정 여부를 긴급 토의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원회의를 통해 신중히 논의하겠다는 취지로 그만큼 공정위가 최근까지 고심을 거듭했다는 의미다.

공정위가 쿠팡㈜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서 동일인 지정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이번에 현대자동차의 동일인을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효성은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변경했다. 변경 이유에 대해 공정위는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2세들을 동일인으로 판단해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동일인을 현행화해 사익편취 등 규제 사각지대를 방지하고 규제의 실효성을 더욱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도 변경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는 쿠팡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김 의장이 국내 쿠팡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음이 명백하다면서도 '그간의 사례·현행 제도의 미비점' 등을 이유로 쿠팡㈜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결국 김 의장의 경우 권한은 있지만 책임은 지지 않게 되는 셈이다.


공정위도 동일인의 정의·요건 등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제도의 투명성이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인식하곤 있다. 이에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정책환경이 변화해 외국인도 동일인으로 판단될 수 있는 사례가 발생했으나 현행 규제가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당장에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해 규제하기에는 집행가능성 및 실효성 등에서 일부 문제되는 측면이 있다"며 "연구용역 등을 통해 동일인의 정의·요건·확인 및 변경 절차 등 동일인에 관한 구체적인 제도화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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