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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폐업에 물건 쏟아지는데 살사람 없는…쓸쓸한 중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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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던 황학동·신당동, 코로나 이후 매출 80~90% 줄어
상인 "전염병 때문에 손떼 탄 중고제품, 찾는 사람 적어"
온라인 활발하다지만 고령상인들 활용못해 "은행 빚으로 버텨"

4일 오후 방문한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 가구단지. 거리가 한산하다.

4일 오후 방문한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 가구단지. 거리가 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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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이정윤 기자]"코로나19 이후 손님은 80%가까이 줄었죠. 주말마다 붐비던 시장이었지만 그마저도 없어요."

4일 오후 서울 중구 황학동 중고시장, 한 구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왕재호(35)씨는 휑한 매장 안을 쳐다보며 이렇게 얘기했다. 이 곳은 구제 의류의 메카로 떠오르며 젊은층과 노년층이 한 데 어우러져 활발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이후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왕씨는 주변엔 폐업한다는 가게도 여럿 있다고 전했다.


대목인 설 명절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황학 시장은 찬바람만 가득했다. 소일거리를 하기위해 시장을 찾은 노년층이 주로 모습을 보였다. 각종 업체들의 폐업에 따라 중고 제품들은 넘쳐났다. 중고매장들은 매장앞에 업소용 냉장고, 싱크대부터 소형 카세트, 시계, 구제 의류를 늘어놓은채 손님을 기다렸지만 제품을 이리저리 매만지는 이들만 오갈 뿐이었다. 물건을 집어 들고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조차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이곳에서 중고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서모(68)씨는 "전염병 때문에 난리니 손떼가 탄 중고 제품 찾는 이들도 적은 듯 하다"며 "사실 소일거리할 게 없어 매일 마다 장에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구제 의류 상점 등을 운영하는 젊은 상인들은 온라인 판매 등을 시도하며 코로나19 시대를 버티고 있지만 고령층의 다른 상인들은 이마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중고 가구와 주방용품 등을 주로 판매하는 중구 신당동 일대 서울중앙시장 가구단지 모습도 황학 시장과 닮았다. 가구단지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싱크대나 탁자·의자 등을 나르는 용달차의 모습이 간간이 보일 뿐이었다. 상권이 죽은 탓에 상인들의 반응은 날카로웠다. 한 상인은 기자가 방문하자 "어차피 사정은 빤히 알지 않느냐. 더 이상 해줄 말 없다"며 가게 바깥으로 밀어내기도 했다.

4일 오후 설 대목을 앞둔 서울 중구 황학시장. 중고 가전 제품 등을 보기 위해 몇몇 손님들이 좌판 앞으로 모였지만 물건을 사겠다는 이들은 드물었다.

4일 오후 설 대목을 앞둔 서울 중구 황학시장. 중고 가전 제품 등을 보기 위해 몇몇 손님들이 좌판 앞으로 모였지만 물건을 사겠다는 이들은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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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 중고가구와 증고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고 토로한다. 새로 가게를 개업하는 이들이 적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온라인 중고 시장이 활발하다곤 하지만 스마트폰도 잘 다루지 못하는 이들은 엄두도 못낸다. 중고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박모(53)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80~90% 이상 줄었고 중고 용품을 판매하겠다는 이들도 거의 없다"면서 "주변에서 중고 가구 판매상인 중에는 장사를 접었다는 이도 있고 은행에서 빚을 내 버티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중고 가구 상인은 김모(64)씨는 "온라인 중고 거래가 활발하다곤 하지만 먼 이야기"라면서 "장사를 접고 싶다고 생각이 매일 들 정도로 사정이 어렵다"고 했다.


다만 몇몇 상인들은 코로나19 이후 폐업하는 곳이 많이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판매처가 마땅치 않다. 카페나 음식점이 폐업하는 상황이라 물건은 들어오는데 개업은 하는 곳이 없어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고 가구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코로나19 이후 물건이 더 들어오고 있지만 다 재고로 쌓여 있다"면서 "팔아야 돈이 되는데 그러질 못하니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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