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오후 한 詩]출산/고영민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화구(火口)가 열리고

어머니가 나왔다
분쇄사의 손을 거친 어머니는

작은 오동나무 함에 담겨 있었다

함은 뜨거웠다
어머니를 받아 안았다

갓 태어난 어머니가

목 없이 잔뜩 으깨어진 채

내 품 안에서

응애, 첫울음을 터트렸다

[오후 한 詩]출산/고영민
AD
원본보기 아이콘

■물론 지금 이 시를 읽고 있는 나는 어머니가 살아 계시기에 시인의 저 한없을 슬픔을 함부로 헤아려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가끔 뵐 때마다 하루가 다르게 늙어만 가는 어머니를 그리고 아버지를 보면 마냥 죄스럽고 안타깝기만 해 지면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그런 한편으로 또 희한하게도 어머니도 그렇고 아버지도 그렇고 갈수록 해사해져서 자꾸 다정해져서 두 분이서 손잡고 길을 걷고 있는 걸 보면 초등학교 아이들만 같아 보이기도 한다. 저러다 기억도 다 잊어버리고 말도 그만 잊어버리고 "응애"하고 울음이나 터트리면 어쩌나 걱정도 좀 되지만, 그래도 좋다. 내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또한 이 세상에서 처음 마중 나와 지금껏 나를 기르신 분들이지 않은가. '봉양(奉養)'은 말 뜻 그대로 옮기자면 받들어 기르는 것이다. 채상우 시인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내년 의대 증원, 최대 '1500명선'…법원 제동에 "성실히 근거 제출할 것"(종합) "너무 하얘 장어인줄 알았어요"…제주 고깃집발 '나도 당했다' 확산 전국 32개 의대 모집인원 확정…1550명 안팎 증원

    #국내이슈

  • 피벗 지연예고에도 "금리 인상 없을 것"…예상보다 '비둘기' 파월(종합) "韓은 부국, 방위비 대가 치러야"…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시사한 트럼프 밖은 손흥민 안은 아스널…앙숙 유니폼 겹쳐입은 축구팬 뭇매

    #해외이슈

  • 캐릭터룸·테마파크까지…'키즈 바캉스' 최적지는 이곳 [포토] 붐비는 마이크로소프트 AI 투어 이재용 회장, 獨 자이스와 '기술 동맹' 논의

    #포토PICK

  • 현대차, 美 하이브리드 月 판매 1만대 돌파 고유가시대엔 하이브리드…르노 '아르카나' 인기 기아 EV9, 세계 3대 디자인상 '레드닷 어워드' 최우수상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