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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폭염으로 드러난 불안정한 전력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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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 관련한 정부 계획의 기본적인 목적은 '안정적 공급'이다. 안정적 공급이란 공급이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물론 경제성과 환경성도 고려돼야 한다. 그러나 기본은 안정성이다.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이나 석탄을 빼거나 넣는 것은 안정적 공급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의 에너지전환계획은 어떤 에너지원을 넣을 것인가 또는 뺄 것인가에 집착하고 있어서 수단에 치우쳐 목적을 상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제8차 전력수급계획이 확정됐을 때, 전력 수요를 과소 예측한 것이 지적됐다. 정부는 낮은 경제성장률과 인구 정체를 반영한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전력 수요의 감소 요인은 모두 반영하고 증가 요인인 제4차 산업 확대, 전기자동차 보급 등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제8차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할 때 월성1호기를 조기 퇴역시키고 6기의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백지화한 결과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돼 있던 9기가와트(GW)의 설비가 빠져버렸다. 그러니 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를 총동원해도 전력 수요를 맞출 수가 없었을 것이다. 결국 공급 능력에 맞춰 전력 수요를 과소 예측한 것이 지난 몇 주간의 폭염으로 드러났다.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예측한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는 86.1GW였다. 이를 하계전력공급계획에서는 88.3GW로 슬그머니 올렸다. 그런데 정작 최대전력수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 8월2~3주가 되기도 전에 무려 92.6GW에 도달했다. 결국, 과소 예측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예측했던 전력 수요를 잘 따라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낮춰 잡은 기준점에서 연평균 1.3%의 증가율을 가정해 2030년까지의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발전소 건설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전력 수요 증가율을 2.2%로 가정한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니 시간이 지나면 최대전력수요 예상치와 실제치는 점점 벌어질 것이다.
혹자는 이런 문제가 여름철 전력 피크 시기에 국한된 문제이고, 10여일에 불과한 이 시기만 넘기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리 국민 가운데 이 여름에 10일쯤 전기가 없어도 될 사람이 있겠는가? 오히려 그때가 더 절박하게 전기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그래서 원래 전력수급계획은 최대전력수요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수립한다. 이 시점에 가용한 모든 설비를 가동해 전력을 공급하고 여유가 있는 시기에 정비 등을 하는 것이다. 이 시기를 제외하고는 설비 여유가 있다. 그것을 지적하며 과잉 설비라고 우기는 것은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예비설비를 가지는 것이 경제적이지 않다는 말도 한다. 그러나 한 자릿수 예비율은 누가 봐도 충분한 게 아니다. 원전 1기 건설에는 약 4조원이 들어간다. 같은 양을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채우려면 그 10배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니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면서 정전을 막아줄 예비설비를 아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는 하계전력공급계획을 재조정하겠다고 하나 본질적으로 잘못 수립된 제8차 전력수급계획의 설비 계획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이뿐만 아니라 잘못된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 맞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니 이 더위에 기가 턱 막힌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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