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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논란’ 안희정, 그는 왜 텔레그램을 이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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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 안전보장국(NSA)의 도청사건 이후 전 세계적인 주목
한국서는 2014년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카톡서 → 텔레그램 ‘사이버 망명’
강력한 암호화 기능으로 보안에 강력, 서버는 한국 아닌 독일에 있어
메시지 확인 기능 지정하면 시간 지나면 바로 삭제…일부 범죄에 이용되기도

안희정 충남지사. 사진=연합뉴스

안희정 충남지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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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수행비서를 맡았던 김지은 비서관이 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희정 지사가 지난해 6월부터 8개월간 4차례 성폭행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안 지사가 김 비서관을 회유할 때 사용한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Telegram)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김 씨가 방송을 통해 공개한 텔레그램 대화방 내용을 보면 안 지사는 김 씨에게 “머하니?”라고 물은 뒤 “미안”, “내가 스스로 감내해야 할 문제를 괜히 이야기했다”며 사실상 성폭행에 대한 사과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안 지사는 다시 “미안”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뒤 “괘념치 말거라”고 당부했다.

안 지사가 이렇게 김 씨를 상대로 회유에 나설 때 사용한 메신저는 한국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카카오톡’이 아닌 텔레그램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가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 김 씨를 상대로 성폭행 논란에 회유하고 있는 메시지 내용 일부.사진=JTBC ‘뉴스룸’ 캡처

안 지사가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 김 씨를 상대로 성폭행 논란에 회유하고 있는 메시지 내용 일부.사진=JTBC ‘뉴스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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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은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브콘닥테를 설립한 파블 두로프(Pavel Durov)가 2013년 출시한 메신저로 독일에 서버를 두고 있다. 텔레그램의 모든 메시지는 강력한 암호화로 보낸 사람과 받은 사람만 볼 수 있고 전달도 불가능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메시지 확인 기간을 지정하면 메시지가 자동 삭제되며 삭제 후에는 서버에 기록도 남지 않는다. 또 텔레그램 서버는 해외에 있어 경찰이나 검찰의 모니터링 요청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텔레그램의 보안 기능은 미국 국가 안전보장국(NSA)의 도청사건 이후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2014년 9월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를 위한 취지로 전담팀 구성을 밝히자 이른바 ‘사이버 검열’ 논란이 거세지면서, 카카오톡 이용자가 텔레그램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보안 기능이 강력하다 보니 텔레그램을 범죄에 이용하는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 2017년 8월13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총책 김모(46·여)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전달책 김모(60)씨 등 공범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유튜브에 ‘작대기 아이스’ ‘얼음’ 등 마약을 뜻하는 은어와 메신저 텔레그램 아이디가 적힌 동영상 광고를 올려 해당 광고를 보고 연락해 온 구매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 기능 중 메시지 저장시간을 지정해 메시지 내용을 삭제할 수 있어 경찰 수사를 따돌리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그런가 하면 텔레그램은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지지한 사람들의 수단으로도 사용된 바 있다. 2015년 이란 경찰은 20개월간 단속을 벌여 IS를 지지한 53명을 체포했다. 당시 카말 하디안파르 사이버 경찰국장은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사이버 경찰에 접수된 고소건의 20%는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와 연관 있으며, 그 중 텔레그램은 40%를 차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텔레그램 측은 논란이 불거지자 IS와 연관 있는 78개 계정을 차단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방송이 나간 직후인 5일 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안 지사에 대한 출당 및 제명 조치를 밟기로 했다. 추미애 대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안 지사는 자신의 성폭행 사실이 불거지자 이날 오전 1시께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며 “오늘부로 도지사직을 내려놓고 일체의 정치활동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1989년 통일민주당 김덕룡 의원실에서 비서로 일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994년 이광재의 권유로 노무현이 만든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이어 보좌관, 정무팀장 등을 맡으며 정치적으로 ‘친노’로 분류됐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당시 대선 자금 수사 때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2010년 충남지사에 당선되면서 재기에 성공,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했다. 비록 2위로 낙선했지만, 민주당의 차기 주자로 떠오른 바 있다. 하지만 안 지사는 최근 발생한 성폭행 논란으로 정치생명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편 충남지방경찰청은 6일 안 지사에 대해 성폭행 혐의를 두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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