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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50-끝]Michael Jackson -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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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마이클 잭슨 시대의 시작

누군가가 한 앨범에 열 곡을 넣는다면 그건 단순히 열 곡을 만들어서가 아니다. 간신히 열 곡만 만드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보통은 훨씬 많은 곡을 만든 뒤 앨범의 콘셉트에 맞추어 곡을 거르고 선별한다. 그렇게 해서 앨범은 하나의 작품집으로 의미를 얻는다. 이런 점에서 마이클 잭슨의 첫 유작 앨범은 그 의미가 옅다. 이 앨범은 마이클 잭슨이 이런 저런 이유로 완성시키거나 발표하지 않은, 그리고 〈Michael〉이라는 제목 하에 모을 의도도 없던 곡들의 모음이다.

이 유작 앨범은 마이클 잭슨 재단과 소니 뮤직의 주도로 만들어졌고 당연히 상업적 의도가 강하다. 남아공 출신 미술가 카디르 넬슨(Kadir Nelson)이 그린 재킷엔 마이클 잭슨하면 떠오르는 온갖 이미지가 나열되는 가운데 천사들은 팝의 황제에게 왕관을 씌운다. 이 재킷은 대중이 가진 마이클 잭슨의 아름다운 추억을 불러낸다.
앨범의 목록도 생전의 스타일을 모방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마이클 잭슨이 이따금씩 부르던 ‘응원 노래’인 ‘홀드 마이 핸드(Hold My Hand)’를 첫머리에, 잔잔한 발라드인 ‘머치 투 순(Much Too Soon)’을 마지막에 배치했고 그 사이에는 ‘헐리웃 투나잇(Hollywood Tonight)’, ‘브레이킹 뉴스(Breaking News)’ 같은 흥겨운 댄스, 뉴 잭스윙 트랙들과 ‘더 웨이 유 러브 미((I Like)The Way You Love Me)’, ‘베스트 오브 조이(Best of Hoy)’처럼 달달한 미드템포 R&B를 지그재그로 채웠다.

이 앨범은 마이클 잭슨의 곡들로 만들어졌지만 완벽하게 그의 곡은 아니다. 여기엔 프로듀싱이나 피처링 등 마이클 잭슨이 부탁한 적 없는 수많은 덧칠이 더해졌다. 이 광경은 마치 삼촌 방에 난입해 이리저리 들쑤시는 조카들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그러나 ‘망가진’ 곡은 하나도 없이 모두 출중하다. ‘삼촌’이 남긴 음원도 ‘조카들’의 솜씨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돈이 되지 않았다면 제작되지 않았을 음반이지만, 추천할만한 음반인 건 확실하다. 〈Thriller〉 시절 만들었다는 ‘비하인드 더 마스크(Behind the Mask)’나 ‘머치 투 순(Much Too Soon)’을 듣는 것 역시 신나는 일이다.

그래도 이 앨범은 복잡한 심경을 느끼게 한다. 잭슨의 생전 동료 윌아이엠(will.i.am)이 지적했듯이, 원작자가 공개하지 않은 미완성 작품들을 그의 사후에 끄집어내는 게 과연 온당한가라는 불편함을 우선 느낀다. 동시에 마이클 잭슨의 음악이라면 콧노래라도 듣고 싶다는 식의 간절함이 해소됨도 느낀다. 하지만 팬으로서 타인의 지나친 손때까지 반갑진 않다. 그게 테디 라일리(Teddy Riley), 에이콘(Akon), 50센트(50 Cent) 같은 거물들이어도 말이다. ‘이건 마이클 잭슨의 앨범이 아니다’라는 롤링스톤지의 평가는 설득력이 있다.
어쨌든 이 앨범은 팬들에게는 고인의 미공개 곡들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고 음반 제작자에겐 마이클 잭슨의 흥행 파워를 다시 한 번 확인할 기회였다. 앞으로도 팬들과 음반사의 욕망은 교집합을 이루며 마이클 잭슨의 앨범들을 계속 생산할 것이다. 비틀즈 팬들의 지갑을 여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리마스터, 미공개 음원, 몇 십 주년 기념 등등 계기는 얼마든지 있다. 이 앨범은 마이클 잭슨을 새롭게 다루는 시대의 첫 작품이랄 수 있다.

서덕(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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