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마이클 잭슨 시대의 시작
이 유작 앨범은 마이클 잭슨 재단과 소니 뮤직의 주도로 만들어졌고 당연히 상업적 의도가 강하다. 남아공 출신 미술가 카디르 넬슨(Kadir Nelson)이 그린 재킷엔 마이클 잭슨하면 떠오르는 온갖 이미지가 나열되는 가운데 천사들은 팝의 황제에게 왕관을 씌운다. 이 재킷은 대중이 가진 마이클 잭슨의 아름다운 추억을 불러낸다.
이 앨범은 마이클 잭슨의 곡들로 만들어졌지만 완벽하게 그의 곡은 아니다. 여기엔 프로듀싱이나 피처링 등 마이클 잭슨이 부탁한 적 없는 수많은 덧칠이 더해졌다. 이 광경은 마치 삼촌 방에 난입해 이리저리 들쑤시는 조카들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그러나 ‘망가진’ 곡은 하나도 없이 모두 출중하다. ‘삼촌’이 남긴 음원도 ‘조카들’의 솜씨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돈이 되지 않았다면 제작되지 않았을 음반이지만, 추천할만한 음반인 건 확실하다. 〈Thriller〉 시절 만들었다는 ‘비하인드 더 마스크(Behind the Mask)’나 ‘머치 투 순(Much Too Soon)’을 듣는 것 역시 신나는 일이다.
그래도 이 앨범은 복잡한 심경을 느끼게 한다. 잭슨의 생전 동료 윌아이엠(will.i.am)이 지적했듯이, 원작자가 공개하지 않은 미완성 작품들을 그의 사후에 끄집어내는 게 과연 온당한가라는 불편함을 우선 느낀다. 동시에 마이클 잭슨의 음악이라면 콧노래라도 듣고 싶다는 식의 간절함이 해소됨도 느낀다. 하지만 팬으로서 타인의 지나친 손때까지 반갑진 않다. 그게 테디 라일리(Teddy Riley), 에이콘(Akon), 50센트(50 Cent) 같은 거물들이어도 말이다. ‘이건 마이클 잭슨의 앨범이 아니다’라는 롤링스톤지의 평가는 설득력이 있다.
서덕(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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