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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직장인 보고서①]창가 상석앉은 막내…반바지 출근 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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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서열·상명하복의 구태는 가라…요즘 기업은 '문화혁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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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독일의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인간을 정의하며 '사랑'과 '일'을 사례로 들었다. "인간답게 사는 데에 필요한 것은 아주 간단하다. 사랑할 사람과 할일. 이 두가지 뿐이다."

평생을 줄곧 인간의 이성을 과소평가하고 인간을 성적인 존재, 인간의 심리를 성과 연관지어 해석해왔던 이 괴짜 심리학자에게도 일은 사랑과 대등한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따지고보면 우리가 일생을 거쳐 가장 공들이는 것도 사랑(가정)과 일(직장)이다.
1주일만 해외 여행을 갔다오면 격세지감을 느낄 때가 잦다. 시간의 속도는 다르다. 내게 흐르는 시간, 상대에게 흐르는 시간,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직장과 전 세계를 관통하는 시간은 모두 다르다. 거창한 소리가 아니다. 우리가 가장 공들이는 일 또는 직장도 다른 시간 속에 살아간다. 스스로 멈춰 서 변화를 거부하는 구세대, 변화하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제자리 걸음만 걷고 있는 낀세대, 변화를 주도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변화는 모르는 신세대가 한자리에 모인 공간, 직장. 그 공간이 바뀌고 있다. 선택의 순간도 왔다. 변할 것인가, 변하기를 기다릴 것인가.

◆'보수'로 무장했던 기업, 새 옷으로 갈아입다= 2016년 신 직장인의 가장 큰 변화는 '보수'로 무장했던 대기업들이 새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연공서열, 공채기수를 중심으로 뭉쳤던 과거 보수 집단은 혁신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를 회사의 다양한 규제에서 찾았다.

가장 큰 변화는 사무실이다. 과거 대기업 사무실의 전통은 고참이 창가를 차지하고 사무실 입구까지 직급에 따라 차례로 앉는 것이었다. 부장이 한번 일어나면 전 직원의 뒤통수를 볼 수 있는 배치다. 마치 학창시절 힘좀 쓴다는 학생들이 키와 상관없이 뒷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딴짓을 하던 것과 같다. 지금 이런 자리 배치를 가진 사무실은 거의 사라졌다. 여전히 임원들은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지만 직원들끼리는 직급과 상관 없이 업무에 따라 자리를 배치받는 것이 보통이다.
의복 규정도 달라졌다. 대기업 여성 공채 1세대들이 겪었던 사무직 여직원들의 유니폼은 유물이 된지 오래다. 최근 삼성전자가 대기업 중 처음으로 반바지 차림까지 허용하면서 복장에 대한 규정은 남녀할 것 없이 사라지고 있다.

호칭은 가장 큰 변화다. 서로의 직급과 업무를 구분해 부르던 과거와 달리 상당수 기업들은 직원들의 평등을 강조하며 '~프로' '~매니저' '~님' 등의 호칭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사내 분위기 역시 다르다. 아침 조례 시간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사가(회사 노래)'를 제창하고 부장님의 훈시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던 회사는 아침 이른 시간부터 각자의 일로 바쁘다. 퇴근 시간 상사가 언제 일어나나 눈치를 보며 애타게 시계를 바라보던 모습도 많이 사라졌다. 오히려 회식이나 할까 싶다가도 후배들이 '저 선배 갑질하네' 하는 소리를 들을까봐 그만두는 경우도 잦다.

◆구세대와 신세대의 세대차이, 그리고 낀세대= 삼성전자가 사내 문화 혁신 방안을 내 놓은 뒤 임원, 간부사원, 평사원 등은 각각 상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임원들은 회사가 큰 결단을 했다며 앞으로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는 믿음을 보였지만 간부사원은 지금과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이다. 반면 평사원은 회사가 변한 것이 아니라 이미 바뀌었기 때문에 회사가 이를 인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렇듯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서로 접근방법과 생각이 전혀 다르다.

이같은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반바지 착용이다. 반바지 착용을 허용 이후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회사에서 입으라고 하니 입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회사를 출근하며 반바지 차림에 나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갸웃거렸다. 간부 사원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입고는 싶지만 위에서 누가 먼저 입지 않는 이상 아랫사람이 어떻게 입나"라는 것이다. 막내 평사원의 얘기는 또 다르다. "반바지 복장은 격하게 환영한다"며 쌍수를 들어 반긴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헤서웨이가 주연한 영화 '인턴'에선 이같은 상황이 정반대로 펼쳐진다. 영화는 줄곧 로버트 드 니로가 사뭇 달라진 직장 풍경에 순응하고 새롭게 적응하는 과정을 그린다. 열정과 의욕은 있지만 경험이 부족한 경영진들은 로버트 드 니로의 경험을 존중하며 스스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영화는 시종일관 현실과는 동떨어진 직장 풍경을 그리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혁신적인 사내 문화에 가깝다.

◆형식적인 혁신 앞서 모두가 변화해야= 사내 문화 혁신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혁신에 앞서 구세대, 신세대 모두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진과 임원들로 대표되는 구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구세대는 일과 개인을 구분하는 신세대의 삶을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보다 만들어 놓은 문화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신세대는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인지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끼인세대는 애매하다. 몸의 반은 구세대에, 반은 신세대에 가깝다.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행동하자. 짙든 옅든 회색보다는 흰색과 검은색이 스타일리시 하다고 평가받는 시대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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