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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해외진출 기업 인권침해, 정부가 나서야

최종수정 2014.01.22 11:28 기사입력 2014.01.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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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사례가 적지 않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법ㆍ제도는 대단히 미흡함을 지적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실태조사 및 법령제도 개선방안 연구'가 그것이다. 공익변호사 단체인 '공익법센터 어필'의 용역연구 결과다.

이에 따르면 미얀마의 한국기업 봉제공장에서는 직원들이 근무시간 중 화장실에 가려면 관리자로부터 카드를 받아야 하는데, 화장실에 가서 오래 있으면 월급이 깎인다. 이 기업은 15세 이하의 청소년도 다수 일용직으로 고용해 성인과 같은 작업조건으로 일을 시킨다. 기체 화학물질을 다루는 필리핀의 한국 제조업체에서는 환기장치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천으로 만들어진 마스크만 쓰고 일을 해서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상시 흡입한다. 방글라데시에 진출한 섬유업체는 노동조합 결성을 방해하고 용역을 고용해 노조원들에게 위협을 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해외진출 기업의 이 같은 인권침해는 현지는 물론 국제사회에 알려져 한국과 한국기업의 평판을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노동자 파업 유혈진압에 한국기업이 관련된 부분이 국제공동조사단의 조사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국기업은 대체로 인권보호 의식이 약한 데다 정부의 대응태도도 소극적이어서 이대로 놔두면 해외에서 유사한 행태가 계속될 것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라 설치된 국내연락사무소(NCP)의 운영방식도 그렇다. NCP는 해외진출 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해 조정과 중재를 하고 피해구제를 지원하는 역할도 하게 돼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것을 독립기구로 설치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를 NCP로 지정하고 그 사무국 업무를 대한상사중재원에 위임하는 등 구색만 갖추었을 뿐이다.

공익법센터 어필은 NCP의 기능을 실효성 있게 강화하고 코트라 무역관을 포함한 재외공관에 인권침해 방지 관련 역할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 문제는 기업 자율에만 맡길 수 없다. 인권에 무책임한 해외진출로는 주식회사 한국이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종합적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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