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르면 미얀마의 한국기업 봉제공장에서는 직원들이 근무시간 중 화장실에 가려면 관리자로부터 카드를 받아야 하는데, 화장실에 가서 오래 있으면 월급이 깎인다. 이 기업은 15세 이하의 청소년도 다수 일용직으로 고용해 성인과 같은 작업조건으로 일을 시킨다. 기체 화학물질을 다루는 필리핀의 한국 제조업체에서는 환기장치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천으로 만들어진 마스크만 쓰고 일을 해서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상시 흡입한다. 방글라데시에 진출한 섬유업체는 노동조합 결성을 방해하고 용역을 고용해 노조원들에게 위협을 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라 설치된 국내연락사무소(NCP)의 운영방식도 그렇다. NCP는 해외진출 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해 조정과 중재를 하고 피해구제를 지원하는 역할도 하게 돼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것을 독립기구로 설치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를 NCP로 지정하고 그 사무국 업무를 대한상사중재원에 위임하는 등 구색만 갖추었을 뿐이다.
공익법센터 어필은 NCP의 기능을 실효성 있게 강화하고 코트라 무역관을 포함한 재외공관에 인권침해 방지 관련 역할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 문제는 기업 자율에만 맡길 수 없다. 인권에 무책임한 해외진출로는 주식회사 한국이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종합적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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