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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관가, 2월 혹한에 '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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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체감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데 멋을 따질 겨를이 있나요. 규정된 18도는 아침에 운전할 때 차 안에서 입김이 나오는 온도에요. 내복 위에 두툼하게 껴입고 오리털 점퍼까지 걸쳐도 사무실에선 손가락이 곱아 컴퓨터 자판도 치기 어려운걸요."

정부 중앙부처에 일하는 사무관 K씨는 평소 '패셔니스타'로 불릴 만큼 스타일에 민감했다. 네이비와 블랙, 그레이 사이에서 신중하게 수트를 골랐고, 다양한 컬러의 셔츠로 포인트를 줬다. 먼지나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점심을 먹고 와도 구두에선 늘 반짝반짝 윤이 났다. 하지만 이번 겨울, K씨는 멋내기 욕심을 깨끗이 접었다.
55년만의 2월 한파가 과천 공무원들의 겨울나기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요즘 관가에선 전통적인 '공무원 드레스 코드(Dress Code·복장 규정)'를 거부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블랙 수트에 무채색 코트를 매치하던 안전주의를 버리고, 보온성부터 챙긴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여성 공무원들은 꽁꽁 싸맨 방한 패션으로 무장한다. 내복은 성별 불문 필수품, 기모 팬츠나 레깅스에 양털이 수북한 어그부츠를 신고, 목이 올라오는 니트를 껴입는다. 그 위엔 큼직한 목도리를 친친 두르고, 모자에 털이 달린 오리털 점퍼 속에 숨어 바람을 피한다.

웬만한 추위엔 수트를 포기하지 않는 남성 공무원들도 변심했다. 얼핏봐선 모르지만, 슬그머니 어두운 컬러의 코듀로이 팬츠(골덴바지)로 갈아탄 이들이 많다. 여기에 드라마 촬영장에서나 입는 긴 오리털 점퍼를 매치하거나 떨어질 듯 시려운 귀를 보호하기 위해 헤드폰을 가장한 귀마개까지 챙긴다. 신발 내피에 털이 들어간 모카신도 인기 아이템이다.
혹한이 더 원망스러운 건 추워도 티 낼 수 없는 고위 공무원들이다. 청와대, 총리실이 주재하는 관계부처 회의는 대개 청사의 난방이 들어오지 않는 이른 아침에 열리지만, 보는 눈이 많아 방한 패션을 시도하기도 어렵다.

하루 전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물가안정 대책회의 현장에는 그래서 박재완 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에 이르기까지 유독 니트 껴입은 장관들이 많았다.

재정부에선 격무와 혹한에 결국 앓는 관료들도 늘었다. 부임하자마자 '사무관 리쿠르팅' 등 야심차게 일을 벌인 이석준 신임 예산실장은 호된 감기에 코 끝이 다 헐었다. 국가신용등급 관련 논의를 위해 출장을 다녀온 최종구 차관보도 독감이 찾아와 고생이다. 복지 홍수에 동분서주하는 김동연 신임 2차관 역시 으슬으슬 몸살기에 시달리는 중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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