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中企레터]원하지 않았던 '각자도생'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최근 한 중소기업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는 대뜸 국회의원들을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국회에서 여야간 합의로 처리하기로 했던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법안 처리가 또 다시 불발됐기 때문입니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 대표가 유독 화를 냈던 건, 법안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나 공무원 모두 중소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난번 발표된 동반성장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계 입장을 적극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대책이 미흡한 점이 많다며 앞으로는 국회의원과 더 많은 스킨십을 가져야겠다고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지기도 했었죠. 때문에 이번에 관련법안이 처리되지 않은 걸 더욱 씁쓸해했습니다.

이달 말로 예정된 법원의 키코(KIKO) 판결 역시 관련 중소기업에겐 마지막 희망이지만 전망은 불투명합니다. 키코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가운데 일부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하고 있지만 올 초 열린 판결에서 법원은 이미 은행측의 손을 들어준 적이 있습니다. 잘잘못을 따지는 게 법원의 고유권한인 만큼 누구의 편을 들어준다는 게 어불성설이지만 키코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은 '법원이 은행편을 든다'며 억울함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인들을 직접 취재하며 종종 듣는 말중에 "공정위보다 지경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감시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불신을 빗댄 말입니다. 친(親)중소기업적이어야 할 공정위가 대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펴는 지식경제부보다 못한 점을 비꼰 표현이기도 합니다. 최근 국회 정무위 한 의원은 공정위를 두고 "전시행정에 머물러 중소기업계가 빈사상태에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각자도생(各自圖生), 즉 제각기 살아나갈 방법을 찾으라는 말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이야기하면서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이 말이 새롭지 않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혼자 살길을 찾아왔으며 입법·사법·행정 모두에게 외면받는 지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대열 기자 dychoi@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국내이슈

  •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해외이슈

  •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포토PICK

  •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