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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안주하는 청춘에 묻는다 "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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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입사원들과 제주도로 수련대회를 다녀왔다. 이른 새벽부터 장장 9시간 넘게 계속된 한라산 등반, 젊음의 열정과 끼가 넘친 조별 장기자랑, 최고경영자(CEO)와 새내기 직원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 워낙 빠듯한 일정이긴 했지만 까마득한 후배들과 속마음을 터놓고 회사 생활과 인생 고민 등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게 무엇보다 큰 소득이었다.

신입사원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그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재기발랄함에 감탄이 절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 주제에 따라 선배로서 격세지감도 컸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해외 근무'에 대한 요즘 젊은이들의 태도였다. 한 신입 직원은 대화 시간에 느닷없이 이런 하소연을 했다. "신입사원들이 중도에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이유는 십중팔구 해외파견 근무 때문입니다. 가족과 떨어진 채로 근무 환경도 열악한 이국땅에서 일해야 하는 부담감이 너무 큽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어렵사리 통과해놓고 단지 '해외근무'가 싫어 입사를 포기하고 만다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 회사 대표 이전에 건설업계 선배로선 도저히 납득이 안 됐다. 가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거나, 통상 2~3년에 불과한 해외근무를 이역만리에서 청춘을 허비하는 것쯤으로 걱정하는 요즘 젊은이들이 참 안타깝게 느껴진 게 사실이다.

30여년 전 필자가 처음 입사할 당시에는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오히려 젊은이들이 대거 건설사로 몰려들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에도 훨씬 못 미쳤으니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는 '해외'에 대한 개념과 생각에서도 당연히 큰 차이가 날 것이다.

사실 건설사의 근무여건도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시공(Construction)' 중심의 건설이 대부분이어서 해외 공사를 수주하면 근로자들까지 수백명에서 수천명이 한꺼번에 이주하며 식자재까지 배로 운송해야 했다. 이젠 사업구조가 고도화됨에 따라 CM(Construction Management)이나 PM(Project Management)등의 업무 위주로 바뀌면서 해외사업장의 현장인원 중 단 5%만이 한국인이다. 앞으로는 우리나라 건설산업도 미국이나 유럽선진국들처럼 디벨로퍼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해외현장의 한국인 상주 직원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사회적 신분상승 희망을 애초부터 접어버리는 '의욕상실'의 사회심리현상이 심각하다고 한다. 10명 중 9명은 자신이 하류층이라고 생각하고 10명 중 7명은 앞으로도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살고 못 사는 사람은 더 못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개천에서 용나는 일'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아예 희망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앞날을 미리 짐작하고 회피한다는 점에서 필자에겐 이 같은 사회현상이 신입사원들의 해외근무 기피 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해봤어?"라는 널리 알려진 명언처럼 나아갈 목적, 푯대를 정했다면 무조건 달려가는 것이 단 한 번밖에 없는 생애에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유일한 방법이다.

필자는 입사 이후 35년간의 직장 생활 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 사막에서 국경을 넘으며 절체절명의 위험을 겪은 적도 있고 돌아올 비행기편이 없어 지인 한 명 없는 외지에서 홀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도전과 희망의 경험은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을 만큼 값지고 귀하다. 도전은 젊은이들의 특권이자 세상을 일궈갈 유일한 밑천이다. 다시 한 번 신입사원들에게 충심으로 당부하고 싶다. "젊은이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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