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주변에는 승진하는 사람들이 있어 축하를 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든 직장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더 쓰이는 게 인지상정인가보다. 한때 신년의 포부와 꿈에 벅찬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자꾸 은퇴 이후의 생활에 대해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세월 탓인 것 같다.
대부분의 중년에게 불안감은 갑자기 찾아오지만 이에 대한 준비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중년의 은퇴 이후 로망으로 금전적인 여유로움과 화목한 가족관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기왕 꾸는 꿈이니 일 년에 한두 번 해외관광과 분기에 한 번쯤 국내여행, 그리고 한 달에 두어 번의 골프와 서너 번의 외식, 기타 문화 활동 등 품위 있는 노년을 목표로 하면 어떨까. 물론 누구나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경제신문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노년을 가능케 하는 재무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자기 수준에 맞는 선택을 하면 된다.
경제적인 자유로움이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여유로움이 다소 아쉽더라도 가족의 따뜻한 울타리가 있다면 부족함을 충분히 보상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노후 준비라 함은 금전적인 측면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 ‘집에 있는 아버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당사자와 가족의 경우를 선배들의 사례에서 자주 본다. 눈에 보이는 사회적 역할에만 충실하며 정신없이 살아온 대가이다. 개인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법에는 문외한이 된 것이다.
더 어려운 일은 ‘홀로 시간 보내기’인 것 같다. 홀로 시간 보내기가 가능해져야 타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본인의 존엄을 되찾을 수 있다. 젖은 낙엽에서 벗어나 존경받는 가장의 자리를 다시 찾는 지름길이다. 예를 들어 등산은 큰 비용 들이지 않고 건강까지 챙기면서 시간보내기 십상이다. 독서나 붓글씨도 큰 돈 들이지 않고 서너 시간을 훌쩍 넘길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유행한다는 나홀로 식당가기도 남의 이목만 의식 안한다면 해볼 만하다. 그러나 갑자기 등반가 또는 서예가가 돼서 그것으로만 일상을 보낼 수는 없으니 다른 소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긴 시간 보내기에는 텃밭 가꾸기가 최고란다. 미국의 80년대, 일본의 90년대 유행 중 하나가 바로 노령화에 따른 정원 가꾸기 열풍이다.
다소 비장하고 구질구질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노년을 눈앞에 둔, 사랑을 구걸하기 싫은, 소외를 두려워하는 한 중년의 독백쯤이랄까. 뭐니 뭐니 해도 결국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가족에게 많은 애정을 쌓자는 다짐이다. 또 가족들에게 늙은 가장을 사랑으로 받아주고 애정으로 감싸주길 하소연하는 것이다. 진짜 오갈 데 없는 남성으로 내몰리게 되면 모 개그 프로그램의 남보원(남성인권보장위원회)에 호소하거나 주택 역모기지라는 비장의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도 있다는 점을 밝혀 둔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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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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