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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갑질 심리와 자기애성 성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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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태도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이 많은 부하 직원에게 물컵을 던진 한 여성 때문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그 언니는 몇 년 전 땅콩 때문에 비행기를 회항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그 어머니는 일을 열심히 안한다며 인부들을 밀치고 욕하던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한 재벌그룹 총수 일가 얘기다.

일명 '갑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갑질의 심리적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것은 자기애성 성격이다.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들이 현상학적으로 진단하는 기준인 DSM-5(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ㆍ정신질환의 진단 및 동계 편람)에서는 다음과 같은 9개 증상 중에서 5개 이상이 해당되면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갖고 있다고 규정한다.
한번 천천히 읽어보고 혹시라도 자신이 자기애성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자.

①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과대망상적인 느낌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의 성취나 재능을 과장하고 그에 부합되는 성취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우월한 사람으로 인식되기를 기대한다. ②거만하고 도도한 행동이나 태도를 취한다. ③끝없는 성공, 권력, 훌륭함, 아름다움, 이상적인 사랑 등에 집착한다. ④지나친 존경을 요구한다. ⑤자신은 특별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느낀다. 즉, 아주 특별한 대우라든지 자신의 기대에 대한 주변의 자동적인 충족 등 불합리한 기대를 갖고 있다.

⑥타인들이 자신을 질투하고 있다고 믿거나 타인을 질투한다. ⑦대인간 착취. 즉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들을 이용한다. ⑧자신이 특별한 사람이고 독특하다 믿으며 단지 특별하고 높은 지위의 사람이나 기관에 의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고 믿는다. ⑨공감의 결핍. 즉 타인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이를 알아보려 하지도 않는다.
사실 1∼6번 항목은 이 같은 성향이 왜 자기애성 인격 장애에 해당하는 것인지 대충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내용을 처음 보는 이들은 일부 항목에 대해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첫번째로, 7번 항목인 대인간의 착취다. 이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타인들을 물건이나 도구처럼 이용한다는 의미이다. 이들은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 절대로 친구를 곁에 둘 수 없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로는 8번 항목으로 '나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며 아무나 나를 이해할 수는 없고 아주 특별한 높은 지위의 사람들만이 나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인데, 이들은 종종 '사람들은 나를 비판할 자격이 없으며, 나 정도의 훌륭한 사람만이 나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쯤 되면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으로 느껴진다.

마지막은 9번 항목으로 이들은 공감, 즉 감정이입이 결핍돼 있다. 공감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슬퍼할 때 함께 슬픈 감정이 들고 남들이 기뻐할 때는 같이 기쁜 감정이 드는 것이다. 감정이란 것은 감기처럼 전염성이 높아서 함께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들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으니 두렵고, 자아도취의 망상에 빠져 있는 것은 물론 감정을 느끼지도 못하니 슬픈(?) 사람들이다. 이러한 덕목들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그 때문에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도 혹은 그들의 가족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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